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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305]
조직의 지식 축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7/1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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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현대차그룹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도 말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볼 때, 1천백만 대 수준인 토요타가 1위, 920만 대 수준인 폭스바겐이 2위인데 현대차는 730만 대 수준으로서 3위를 차지했다. 2022년도 처음 3위 자리에 오른 이후 2년 연속 이 자리를 지킴으로써 의미가 크다. 토요타와 폭스바겐은 1937년에 설립한 회사이고, 현대차는 1967년에 설립되었다. 포니라는 고유 모델을 내놓은 것도 1975년이었다.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된 것은 가히 ‘기적적’이라 할 수 있다. 포니에 엔진 기술을 전수해 줬던 일본의 미쓰비시는 물론, 닛산과 혼다도 제쳤으며 미국의 ‘빅 3 GM·포드·스텔란티스도 모두 물리친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그만큼 경영을 잘했기 때문이고 그만큼 직원들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실력을 기르고 지식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조직은 어떻게 지식을 축적할 수 있을까? 조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식을 쌓으면 그것이 조직의 지식이 되는 것일까? 

 

과거에는 자동차 도면을 모두 손으로 그렸다. 그러니까 자동차 한 모델을 생산하려면 수많은 도면을 손으로 그려야 했었다. 현대차그룹의 화성 남양연구소에는 1975년 생산된 포니부터 디지털 도면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초반까지 현대차그룹에서 만든 자동차와 그 부품들의 도면이 두루마리로 말려 보관되어 있다. 총 11만7516장에 이른다고 한다(조선일보 보도에 의함). 각 장에는 이를 그린 엔지니어 2~3명의 친필 서명이 있다.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그런 자료는 모두 디지털화되어 컴퓨터 안에 들어 있다.

 

이런 자동차 도면의 역사 속에 지식 축적의 비밀이 담겨있다. 지식은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암묵지(Tacit Knowledge)이고, 다른 하나는 형식지(Explicit Knowledge)이다. 이 두 가지 지식이 적절히 교류되고 통합됨으로써 지식은 발전한다. 이 개념은 헝가리 출신의 영국 과학자인 마이클 폴라니가 처음 소개했고, 일본의 노나까 이꾸지로 교수가 발전시켰다.

 

암묵지(暗默知)는 말이나 수식 또는 도면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과 학습에 의해 몸에 밴 지식을 말한다. 이에 반해 형식지(型式知)는 사람의 몸에서 나와 겉으로 표현되고 형식화된 지식을 말한다. 시어머니의 손맛이나 장인들의 촉은 대표적인 암묵지이고,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대표적인 형식지이다. 지식의 발전은 암묵지가 쌓이고, 형식지가 확대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지식이 조직의 지식으로 확대되지는 않는다. 서로 전환이 되어야 한다. 노나까 교수는 지식의 전환이 지식축적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식 전환을 4가지 과정으로 정리했다. 

 

첫째는 하나의 암묵지가 다른 암묵지로 바뀌는 것이다. 시어머니의 손맛이 며느리의 손맛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이를 사회화(Socialization)라고 한다. 사회화의 핵심은 인간적 접촉이다. 보고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다. 바로 OJT가 그것이다. 현대차는 하나의 도면이 완성되기 이전 직원들끼리 수없는 인간적 접촉과 사회화 과정을 거쳤다. 

 

두 번째 프로세스는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표출화(Externalization)라고 한다. 시어머니의 레시피를 기록하거나 사진을 찍는 것을 말한다. 암묵지가 형식지로 바뀌는 순간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지식을 공유할 수가 있다. 설계 아이디어나 생산 노하우를 도면화하거나 매뉴얼화하지 않으면 어찌 되겠는가? 시행착오와 실수가 반복될 것이다. 

 

세 번째 프로세스는 형식지와 형식지를 결합하는 것이다. 이를 조합화(Combination)라고 한다. 시어머니의 레시피를 기록해 두었다면, 시어머니의 레시피와 친정어머니의 레시피를 결합할 수 있고, 또 요리하는 노하우와 옷 만드는 노하우를 결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식이 형식지로 바뀌기만 한다면 그 형식지들이 또 다른 지식을 낳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제 지식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 이들을 비교하고 결합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형식지들이 쌓여 있다고 해서 조직의 지식이 살아 있는 지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형식지를 개인이 터득하고 활용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이 마지막으로 필요한 내재화(Internalization)이다. 내재화는 학습의 산물이다.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것 말이다.

 

현대차는 이 4개의 과정을 잘 거쳤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여기서 안주할 수 없다. 지식 축적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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