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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선 칼럼 │ 예술과 도시 이야기 5]
현대 도시의 낭만_예술과 건축 사이에 존재하는 파빌리온 I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6/1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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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선 소다미술관 관장     ©화성신문

당신이 건축 애호가이고 런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올여름이 적기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조민석 건축가(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으로 황금사자상 수상)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의 파빌리온 전시에 올해의 작가로 초대됐기 때문이다. 서펜타인 갤러리가 한국 건축가를 초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런던에 위치한 서펜타인 갤러리는 현대미술관으로 2000년부터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후원으로 매년 여름(6월-10월) 영국의 건축물을 짓지 않은 세계적인 건축가를 초빙해 미술관 앞마당에 파빌리온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동대문 DDP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자하 하디드를 시작으로, 렘 쿨하스, 피터 춤토르, BIG, 이시가미 준야 등 24년간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실험적인 건축을 선보이는 런던을 대표하는 전시로 매년 8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한다.

 

그럼, 파빌리온은 무엇이고, 매년 전 세계인을 파빌리온 전시로 모으는 매력은 무엇일까?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papilo’에 어원을 두고 있는 파빌리온(pavilion)은 임시 구조체로, 영구적이지 않고, 기능적으로도 모호한 건축 구조물이다. 역사적으로 17-18세기 유럽식 정원의 놓이는 풍경을 감상하는 사적인 ‘향유적 구조물'(우리의 옛 정자 같은 형태)에서 19세기 중반 근대적인 ‘전시 공간’(만국박람회장)으로 공적인 성격을 가지게 됐다. 20세기 후반 현대의 파빌리온은 비일상적이며 임시적인 성격을 가진 가변적인 용도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생각과 요구들을 시기적절하게 담을 수 있는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새로운 예술 매개 공간의 역할을 한다.

 

각각의 전시 기획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파빌리온은 ‘기능적 공간’이 목표가 아니라 ‘예술적 오브제’로 건축가의 상상력과 창조성을 최대한 발휘해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장소특정적(site-specific)이며 비영속적(임시 설치물)인 특성상 현실적이며 일상적 건축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아이디어의 공간, 비일상적인 공간이 만들어지게 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현대 도시의 건축물에서 ‘나비’와 같이 가볍고 유기적인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을까? 경제성, 효율성이 강조돼 발전한 현대 도시에서 목적 없이, 일시적이며, 자유롭다는 파빌리온의 특성은 생산, 소비, 거주, 여가를 위해 빈틈없이 규정된 도시공간에서 파빌리온의 융통성이 사람들의 숨통을 틔우는 여백으로 작용한다. 

 

또한 동시에 파빌리온은 건축적 구조물로 방문객이 파빌리온의 내-외부를 경험하거나, 설치된 장소의 자연과 도시를 조망하거나,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는 일상적이며 공간감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비일상적이며 일시적인 공간에서 우리가 시각적으로 감각적으로 무뎌진 지극히 일상적인 관계적 경험에 관심을 갖게 유도한다. 규모감 있는 공간이라는 파빌리온의 특성상 건축가는 공간을 구축하는 소재와 구조 방식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고 휴식하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우리의 고정관념에 새로운 시선과 관심을 만들어 낸다. 즉 우리가 만지고 경험하는 물질적 공간만이 아닌, 공간 안과 밖에서 만들어지는 소통과 교류, 작가의 메시지에 맥락적 이해,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통한 나눔과 행동을 모두 작품 관람의 영역으로 포함한다.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도시에서 이러한 경험은 예술과 건축의 매개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소통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파빌리온 전시를 보러 꼭 멀리 영국까지 갈 필요는 없다. 올해 한국에서도 다양한 파빌리온 전시가 진행, 계획되고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해외의 혁신적이며 예술적인 파빌리온 프로젝트와 현재 진행 중(2024년 6월-9월)인  소다미술관(화성시 안녕동)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Hello, World!_ (헬로우 월드) 당신의 목소리를 입력하세요’의 파빌리온 작품을 만나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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