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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301]
엔비디아와 TSMC, 새로운 생태계를 만든 반도체 리더십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6/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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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AI 시대가 되면서 AI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Nvidia)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엔비디아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6월 5일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1,224달러를 기록하였다. 연초 48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2.5배나 오른 셈이다. 불과 6개월 만에, 신생기업도 아닌 이 회사가 말이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시가 총액이 3조 110억 달러에 이르게 되었고, 시가 총액 기준으로 구글과 애플을 물리치고 2위에 올랐으며 1위인 MS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런데 엔비디아가 AI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든다고 할 수 있을까? 엔비디아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이지 제조하는 회사는 아니다. 엔비디아의 반도체는 대만에 있는 TSMC에서 만든다. 그래서 엔비디아 반도체는 엔비디아와 TSMC의 합작품이다. 반도체는 한 회사가 설계와 제조를 통합해서 하는 종합형이 있고, 설계만 하는 회사, 제조만 하는 회사로 나누어지는 분리형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처럼 종합형이 일반적이지만, 특수한 용도를 지향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분리형이 일반적이다. 이때 설계만 하는 회사를 팹리스(Fabless)라고 하고, 제조만 하는 회사를 파운드리(Foundry)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종합형의 시대가 가고 분리형의 시대가 오고 있다. 삼성도 인텔도 분리형 쪽으로 기울고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가 이렇게 되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대만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 대만은 2차대전 이전 일본이 대만에 남기고 간 가전과 전자부품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세계 가전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대만 경제도 꾸준히 성장해 나갔다. 정부는 민간업체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해서 기술개발을 하고 혁신을 하도록 정책을 펴고 독려해 나갔다. 그런 가운데 1980년대가 되면서 반도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삼성이 고집적 반도체를 1983년 시작했듯이 말이다. 그런데 반도체는 전자부품이기는 하나 기존의 부품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수준도 높아 위험부담이 타 부품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대만 정부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리스 창(Morris Chang; 장중머우, 張忠謀)에게 구원 신호를 보냈다. 그를 대만에 초빙하여 이 일을 맡겼다. 그는 반도체 산업에 정통한 인물이었다. 모리스 창은 1931년생으로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은 홍콩에서 보냈다. 2차 세계 대전을 피해 미국에 이민을 갔고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했으나 그 후 MIT로 옮겨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전자 회사에 취직했고,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는 수석 부사장까지 지냈다. 그는 처음 대만 공업기술연구원(ITRI) 원장을 맡아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거기에서 TSMC라는 반도체 회사를 만들게 되었다. 이후 1987년에는 이 회사를 연구원에서 분사시키고 자신이 CEO를 맡게 되었다.

 

TSMC는 대만 반도체 제조사(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라는 국영기업이지만 모리스 창의 구상으로 만들어진 회사이다. 모리스 창은 전혀 새로운 반도체 회사를 구상했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잘 아는 그로서는 미국 회사들과 경쟁하는 회사를 만들어 보았자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후발주자 대만은 기술력도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아무리 국영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엄청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는 ‘반도체 위탁생산’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설계회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만 해주는 것 말이다. 이렇게 하려면, 우선 생산 기술력이 확실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고객들이 생산을 맡길 것 같지 않았다. 그는 ‘고객사(반도체 설계회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앞세웠다.

 

이렇게 하여 TSMC는 꾸준히 성장했다.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긴 반도체 설계회사들이 계속 늘었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신제품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설계회사는 설계 그 자체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고, 제조를 맡아주는 TSMC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 

 

TSMC 문을 노크한 회사 중에는 엔비디아도 있었다.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한 젠슨 황(Jensen Huang)은 대만 타이난성 출신으로 9살 때 가족들과 미국으로 갔고,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창업 초기 젠슨 황은 ‘게임용 반도체나 만드는 사람’으로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젠슨 황은 모리스 창 TSMC 회장에게 편지를 썼다, “첫 칩을 만들어 달라”고 말이다. 이에 창 회장은 직접 전화를 걸어 흔쾌히 신생 벤처기업가의 부탁을 들어줬다. 같은 대만인이어서 그들은 더욱 신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두 회사는 의기투합했다. 

 

두 리더의 통찰력과 열정이 산업의 생태계를 바꾸고 시대를 이렇게 바꿔놓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이들의 리더십이 만들어 낼 미래 사회가 더욱 궁금해진다.

 

choyho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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