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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시인의 ‘생활과 시(詩)의 동거’ 17]혜량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6/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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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숙 시인 / 메밀꽃 천서리 막국수 대표 /시민로스쿨화성지원장     ©화성신문

 

 

혜량

  

구부러진 것들은 다

이해했거나 이해한 모양들 같다

받아들이는 일과 내어주는 일을

흔쾌히 맞바꾼 흔적들 같다

 

썰물 뒤끝, 길게 구부러져 나가는 

물골을 보노라면

양쪽을 헤아려 저의 몸을 숙인 채

먼 곳, 뒤척이는 달을 마중 나가는

뒤늦은 물줄기가 보인다

 

물줄기를 휘어 놓은 뒤끝들

 

뒤늦은 것들이 휘어 놓은 듯

구불구불해진 저녁 햇살이 몸 휘며 

따라 나가는 썰물의 때

들어오는 모습도 나가는 모습도

제각기 모양이 다르다

 

가늘어지거나 휘어지는 것들

약해져서가 아니라 약한 마음을 

혜량한 일이다

 

 


 

 

밀물과 썰물의 시간 잔물들이 좁다랗게 구부러진 물골을 따라 흘러간다.

때에 맞추어 당기거나 밀어내거나 채우거나 비우는 일들이 넘치거나 마르지도 않는 아래로 흘러서 굽어 살피고 돌아나가는 물의 모퉁이, 썰물의 후미가 끝까지 기다려 마지막 잔물까지 데리고 나간다.

물은 아래로 아래로 흐르고 약해진 마음이라기보다 가없이 혜량한 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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