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99]
존재만으로 용기를 주는 사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5/27 [08:48]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K 사장은 스승의 날을 맞아 친한 친구들과 함께 옛 은사를 모셨다. 그 은사는 올해로 80을 맞으신 분이다. 식사 자리에 함께한 은사님은 기쁜 마음으로 오시기는 했으나, 100% 흔쾌한 마음은 아니었다. “벌써 옛날 일인데 오래된 제자들에게서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마음을 내뱉자, K 사장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존재만으로 제 사회생활 34년 동안 줄곧 용기가 되어주셨습니다.” 이 마음은 K 사장만의 마음이 아니었다. 같이 참석했던 친구들 모두 똑같은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는 존재, 존재만으로 용기를 주고 힘이 되어주는 존재, 그게 무엇일까? 

 

필자의 모친은 우리 나이로 100세 생일 잔칫상을 드시고 돌아가셨다. 가실 때도 별 고통 없이 편히 가셔서 우리 자식들이 복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생전에 모친께서는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 “내가 죽으면 너희들도 별 볼 일 없을 것이다.” 생시에 그런 말씀을 하실 때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물론 어머니가 떠나시면 허전하고 그립기는 하겠지만, 우리가 별 볼 일 없어질 게 뭐 있겠어요?” 했다. 그런데 모친께서 떠나시고 나니 그 말씀을 실감하게 되었다.

 

필자의 모친은 3남 3녀를 두셨고, 거기서 생긴 손자·손녀가 22명에 이른다. 모친께서 살아계실 때는 이 가족들이 실제로 자주 모이기도 했고 또 설혹 대면을 하지 않더라도 항상 ‘한 가족이다’ 하면서 든든해 했다. 그런데 모친께서 하늘나라로 가신 이후에는 그 가족이 그 가족이 아닌 것이다. 연락이 뜸해지고, 공동체의 유대도 약해지며, 왠지 힘이 빠진 느낌이다.

 

리더는 집단을 대표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리더가 하는 역할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실체적 역할(Instrumental Role)이다. 의사결정을 하고, 자원을 끌어오고, 일을 지시하고, 상을 주고 벌을 내리고 하는 실질적인 권한 행사 말이다. 그런데 이것 말고 다른 역할도 있다. 그것은 상징적 역할(Symbolic Role)이다. 리더가 그의 존재로서 그리고 그의 행동으로써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왕은 존재하되 다스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의 왕들은 실체적인 힘을 발휘했다. 스스로 칼을 들고 싸우기도 했으며, 매사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리고 백성의 생사여탈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대 국가에서는 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왕은 현실정치를 하지 않는다. 수상이나 대통령에게 현실적 정치는 맡기고, 그야말로 상징적 활동만 한다. 영국이 그렇고, 일본과 태국도 그렇다. 왕이 법을 만들지도 않고, 세금을 걷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체포하지도 않지만, 그가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우리의 삶에서 ‘의미로움’이 ‘가치로움’ 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승의 존재란 무엇인가? 존재만으로 의미 있는 스승이란 무엇인가? 그가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우리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리더는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학교의 스승도 아니고, 나라의 왕도 아니기 때문에 상징적인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가 않다. 자신을 권한 행사만 하는 리더로 인식하면 하급의 리더가 되고 마는 것이다. 자신의 상징적 역할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하면 보다 격이 높은 리더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상징적 역할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첫째는, 리더는 항상 자신의 모습과 행동이 조직원들에게 어떤 의미나 가치를 전달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리더가 복장에서나 자동차에서나 사무실에서나 검소함을 보인다면, 그 리더는 ‘검소’라는 가치를 상징하게 되는 것이다. 리더 그 자체가 ‘검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검소한 생활을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검소에 대한 캠페인을 전개하지 않더라도 검소가 조직 내에 퍼지게 될 것이다. 또한 리더가 변화나 창의성을 상징할 할 수 있다. 그 스스로 변화를 생활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시로 제안하고 있다면 말이다.

 

두 번째, 의례, 의식, 스토리텔링 같은 상징적이고 표현적 활동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년 시무식이 있고, 종무식이 있다. 그리고 창립기념식이 있다. 신입 직원이 오면 환영회도 하고 또 떠나는 직원들을 위해 송별회도 한다. 그런 의식과 행사가 공동체 의식을 부추기고 존재가치를 북돋아 준다. 이런 자리를 안 갖는다고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것이 부족하면 어느 사이에 공동체가 무너지고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의식 행사는 리더가 챙겨야 한다. 리더는 힘을 쓰는 존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choyho2@naver.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