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본분을 알아야하는 공무원
기자수첩-최대호 기자
 
최대호 기자 기사입력 :  2008/07/19 [00:00]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지난 일요일 집 앞 놀이터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웃지 못 할 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청년이 데이트 가는지 옷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아파트 현관을 나서고 있었다.

그 청년이 걷고 있는 곳 위를 바라보니 4층에서 한 아주머니가 베란다에서 창밖을 보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갑자기 무엇에 사용했던 물인지는 몰라도 한 양동이 분량의 물을 창밖으로 버렸다.

그 순간 마침 그 밑을 지나던 청년은 물벼락을 맞게 됐다. 말끔했던 옷은 엉망진창이 됐고 위쪽을 쳐다보며 소리를 질러댔다.

깜짝 놀란 아주머니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창문 안쪽으로 숨는듯하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죄송하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그런데 문득 최근 수원시와 화성시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떠올랐다.

‘황구지천 하수역류사건’이 방금 4층 아주머니와 1층 청년의 모습과 흡사했다. 버리는 수원시와 오물을 뒤집어쓰는 화성시. 딱 그 상황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청년은 큰 소리라도 질러댔다. 물을 버린 아주머니는 미안해 했다. 하지만 화성시는 피해를 입으면서도 아무 말도 못하고, 수원시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것 외 엔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수원시는 지난해부터 화성시민의 생명줄기인 황구지천에 수십만 톤의 하수를 쏟아왔다. 그런데도 수원시는 너무 당당했다. 하수역류에 대해 본 기자가 취재를 요청해도 잘못 한 것도 없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이었다.

반면 화성시는 ‘비가 많이 오면 다 그렇다더라’, ‘상시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등 수원시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급급했다. 마치 쇠고기 수입 협상을 놓고 국민을 안정시키기 보단 미국 두둔에 급급했던 현 정부처럼…

얼마 전 화성시 환경정책과 신모과장과 함께 하수 유출 현장을 찾았다. 그날따라 하수 역류는 진행되지 않았다. 주변 흔적만 봐도 상시적으로 하수를 유출했음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신 과장과 동행한 시공무원은 “물이 안 나오네...”라는 말을 던지고 돌아갔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수원시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황구지천 오염에 대해 나름대로 대책을 세운 것도 없다.

기자는 이에 대해 환경산업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행사 때문에 바쁜데… ” 무슨 행사가 시민의 생명줄인 하천오염보다 중요한 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시민을 챙겨야 하는 공무원들의 안이한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화성시는 공무원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교육이 필요한 듯하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