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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40]
직원들을 똑똑하게 만드는 리더십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3/01/3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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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김 부장은 이 대리를 참 좋게 보았다. 무슨 일이든지 시키면 철저히 조사해서 대안을 만들어 오곤 했다. 그런데 이 대리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대학원 공부를 위해서 일주일에 이틀은 탄력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점을 허락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공부를 하는 것은 자기개발이기도 하지만, 회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기 때문에 김 부장은 이 대리 요청을 기꺼이 허락했다.

 

그런데 그 후 두 사람 사이는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대리가 좀 어려운 전문용어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한두 번은 김 부장이 이 대리에게 설명을 요청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 대리가 배운 척하고, 아는 척하는 것이 싫어졌다. 김 부장은 여러 가지 일로 이 대리 일에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이 대리에게 엄격한 근태를 요구하는 바람에 이 대리는 대학원 수업을 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 대리는 회사를 옮겨야 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직원들 사이에는 자연스레 이런 규범이 생긴다. “똑똑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상사가 “새로운 것을 가지고 와라” “공부 좀 해라” 한다고 해도 직원들은 그렇게 하면 결국 상사에게 찍힌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상사의 말이 아니라, 상사의 행동을 보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은 조직의 역량이 상사의 역량을 벗어나지 못한다. MIT의 피터 셍게(Peter Senge) 교수가 이야기했듯이 IQ 130인 사람들이 모여서 IQ 100도 안 되는 결과를 내는 조직이 된다.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IQ 100인 사람들이 모여서 IQ 130의 결과를 내는 조직 말이다.

 

그러려면, 상사가 부하들을 똑똑하게 만들어야 한다. 상사는 스스로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직원들을 똑똑하게 만들어야 한다. 리더십 학자들이 오랫동안 IQ 점수와 리더십과의 관계를 연구했더니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높은 IQ 소지자가 아니더라는 것이다. 리더의 IQ는 그 집단의 평균보다 약간 높은 정도면 되지 그룹의 상위권이 아니었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문제해결력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남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건 아니더라는 것이다. 지능이 높을수록 남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독불장군이 되는 성향이 있다. 바로 리더십에 해가 되는 요인이다.

 

리더는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고, 자신의 똑똑함을 과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원들에게서 배우고, 직원들 의사를 존중해 주는 사람이다. 

 

H 부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묻는다. 디지털 전환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하고, 고객 경험이 뭐냐고 묻기도 한다. 컴퓨터용 반도체와 자동차용 반도체가 뭔지 공부해 보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리더십 학자들은 이를 지적 자극(Intellectual Stimulation)이라고 한다. 직원들의 역량을 확대하고, 직원들을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적 자극을 많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지적 자극도 직원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직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자극을 줌으로써 직원들의 약점이 노출되는 경우다. 가령, 반도체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직원들에게 컴퓨터용 반도체와 자동차용 반도체를 연구해 오라고 하면, 제대로 해 올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 상사에게 꾸중을 듣게 되고, 서로 간의 관계도 나빠질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관련 일을 하는 직원들에게 같은 과제를 주면 신나게 연구해서 신나게 발표할 것이다. 지적 자극도 상황에 맞추어 긍정적인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신나서 연구하고, 강점을 발휘하고, 칭찬을 받고, 더 신나서 다른 과제를 연구하고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높은 목표를 제시하는 것도 지적 자극을 높이는 한 방법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디자인 학교에서는 ‘익스트림(Extreme: 극한)’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서 학생들은 엉뚱하다시피 파격적인 과제를 받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실리콘 밸리의 주택난 문제를 해결한다든지, 팔로 알토의 어린이 천식 비율을 낮춘다든지, 2만 달러 이상 가는 미숙아 인큐베이팅 장비를 200달러 이하로 낮춘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이런 과제를 받으면, 학생들은 공부를 엄청 많이 해야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개발해야 한다. 이 학교는 이런 것을 하는 분위기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인원을 차출하여 혼성팀(Cross-Functional Team)을 만드는 것도 조직원들의 두뇌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전문성이 다른 사람들끼리 교류하면서 새로운 지적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리더가 조직원들이 지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방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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