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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32]
존경받는 기부자, 의심받는 기부자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11/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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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했다. 그런데 그는 거기서 한계를 느꼈다. 자신은 12시간 내내 끙끙거려 겨우 푸는 문제를 그냥 쓱 보고 푸는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는 안 되겠다.” 그는 컴퓨터 공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거기서는 해 볼 만했다. “이게 내 적성이구나” 싶었다.

 

베이조스는 인텔, AT&T 벨연구소 등 유명 회사에서 오라는 것을 마다하고 무명의 벤처기업에서 근무하다 사표를 쓰고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사에서 온라인 거래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그는 또 돌연 사표를 쓰고, 부인과 함께 살던 뉴욕에서 짐을 꾸리고 서부 시애틀로 향했다. 인터넷 상거래라는 쓰나미가 저 멀리 지평선을 넘어 육지로 밀려오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는 시애틀에서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베이조스는 시애틀에 마련한 자기 집 창고에서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Amazon.com)을 창업했다. 그때가 1995년 7월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숲, 또 세계에서 제일 큰 강도 있으며, 이국적이고 색다른 느낌을 주는 아마존이라는 이름이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비즈니스와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거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가 그렇게 하여 시작되었다.

 

책만 거래하던 아마존은 이제 모든 상품을 거래하는 종합 인터넷몰이 되었다. 아니 오프라인 매장까지 가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유통회사가 되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과 우주 사업에까지 진출하는 거대 기업이 되었다.

 

베이조스는 2021년 7월 회사 CEO에서 물러나 이제는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자기 재산 대부분을 기부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의 재산은 무려 1240억 달러나 된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는 164조 원이나 된다. 기후변화 위기에 맞서 싸우는 데 돈을 쓰겠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거부들이 통 큰 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92세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자기 재산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116조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그는 재산 상당액을 기부해 놓은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역시 이제는 기업가로서보다는 자선사업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 200억 달러를 이 재단에 추가로 기부하여 재단의 규모가 이제 700억 달러(약 91조 원) 정도 된다고 한다.

 

미국은 자본주의 국가로서 돈을 굉장히 중시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높이 평가하는 나라다. 그래서 인정이 없고 삭막한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렇게 부자들이 솔선수범하여 기부를 하고 자선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미국적 자본주의의 특색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벌 때는 당당하게 벌고, 쓸 때는 호쾌하게 쓴다는 말이다.

 

그런데 부자들의 기부도 항상 존경만 받는 것이 아니다. 이번 베이조스의 기부도 그 뒷면을 보면 씁쓸한 구석이 있다. 

 

아마존이 11월 15일 1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호황을 누렸던 테크기업들이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앞다투어 해고를 하고 있다. 애플, 테슬라, 메타(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대량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해고당한 사람들의 고통은 누가 치유해야 하나? 해고의 위기에 떨고 있는 직원들의 마음은 누가 어루만져 주어야 하나?

 

‘개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쓴다’고 했던가. 부자 중 상당수는 부당한 방법도 서슴치 않고 자행하면서 돈을 모으고 나중에 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사람이 있다. 또 반대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법과 양심을 지키면서 평소에 최선을 다한 나머지 멋진 기부 같은 것은 못 하는 사람도 있다. 누가 더 훌륭한가?

 

문제는 진정성이다. 행위의 진정성, 아니 삶의 진정성이 중요한 것이다. 작은 기부도 진정성이 큰 것이 있고, 큰 기부도 진정성이 작은 것이 있다. 작은 선행에도 진정성이 듬뿍 담겨있는 선행이 있고, 큰 선행에도 진정성이 의심받는 선행이 있다. 진정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삶 전체를 보아야 한다. 그 사람이 오늘 살고 있는 전체 공간을 보아야 하고 또 그 사람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아야 한다. 매일매일 작은 선행을 펼치고 있는 리더들에게도 경의를 표하고 싶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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