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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EO Interview 전호경(주)하얀소금 대표]
소금과 평생을 함께한 소금의 달인
조달청 우수제품 지정과 재난안전제품 인증 동시 달성한 친환경 제설제
“하얀소금 제품으로 제설하고 나면 도로가 물청소한 것처럼 깨끗해요”
 
신호연 기자 기사입력 :  2022/10/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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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신문

 

겨울에 많은 눈이 내리면 해당 지역의 지자체에서는 주요 도로에 제설제를 뿌려 교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아파트나 건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제설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눈이 녹고 난 다음 도로에 하얗게 남는 소금 가루들은 공기를 통해 사람들의 폐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차량 부식 및 도로 손상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인근 가로수를 메마르게 하는 등 환경 피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화성시 관내에 이러한 제설제의 백화 현상을 완벽하게 극복한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 제설제로 조달청 우수제품 지정과 재난안전제품 인증을 동시에 받은 기업이 있다. 전곡 산업단지에 위치한 ㈜하얀소금이다. 회사에 들어서니 ㈜하얀소금의 전호경 대표가 반가이 맞아 준다. 장난기 어린 얼굴이지만 한 번 목표한 것은 끝장을 볼 때까지 돌진하는 경주마 같은 느낌을 받았다.

 

  © 화성신문

 

 

환경보조식품 판매 사은품으로 소금과 인연을 맺다

 

전 대표는 숭실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89년 12월 대웅제약에 입사하여 해외영업 부문에서 5년 정도 근무했다. 열심히 한 덕에 실적도 좋아서 특진도 하고, 대리까지 초고속 승진했다. 94년 당시 영업부장이 24평짜리 아파트를 전세로 얻었다고 집들이를 했는데, 전 대표는 집들이에 가서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20년 후 조직에서 성공했을 때 모습이 저 부장님 모습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자 회사 내에서 성공하는 것에 대한 매력을 잃게 되었다.

 

2주 정도 고민하다가 ‘내가 바라는 20년 후의 모습은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뚜렷한 계획도 없이 사직서를 썼다. 젊은 혈기라 가능했고, 그때 당시에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향 서산에 내려가 사업을 궁리하던 중, 흑마늘, 흑염소 등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동네에 와서 소금, 설탕, 양파 등을 사은품으로 주며 동네 아주머니들을 50명, 100명씩 모아 상품 판매하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들과 얘기해 보니 전국적으로 이런 팀들이 수 백팀이 된단다.

 

순간 이런 사은품의 양도 만만치 않으니 사업이 되겠다는 판단이 섰다. 어느 품목을 할 것인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품목, 썩지 않아서 재고가 있어도 걱정 없는 품목,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는 품목’, 소금이었다. 이렇게 전 대표와 소금의 운명적 만남이 이루어졌다.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분들과 계약을 하고 조그마한 가게를 얻어 소금을 소포장해서 공급했는데 이것이 대 히트를 쳤다. 당시 대한민국 건강보조식품 판매하는 사람들의 사은품을 전 대표가 다 만들어주다시피 했다고 한다. “어마어마했죠. 그때 당시 혼자서 했는데, 하루에 한 2~300만 원씩 벌었죠. 보통 사람 3~4개월치 월급을 하루에 벌었으니까, 한 달에 한 5~6천만 원 수익으로 어마어마하게 벌었죠.” 

 

그러나 하루라도 빨리 목돈을 만지고픈 욕심에 선배의 사업에 투자했다가 한 푼도 못 건지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그동안 벌어놓았던 것을 몽땅 까먹고, 한동안 도박에 빠져 점점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정서적으로는 피폐해져 갔다.

 

 

새로운 출발 하얀소금, 산업용 소금으로 눈 돌려

 

2005년도가 되자 회사가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전 대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일확천금의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소금 사업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이때 마침 대한염업조합에서 하얀금 총판 사업을 모집했다. 전 대표는 몇 군데 총판을 하면서 사업체 이름도 하얀소금으로 바꿨다. 

 

남은 거 쓸어 모아 보증금 내고 가게를 임대로 얻어서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은 1990년대, 2000년대 초반과는 달라져 있었다.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고, 마트가 대형화 되고, 식자재 마트도 조그마한 곳은 더 큰 업체로 편입되어 판매할 밭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아니면 대기업에 종속되거나 예편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이윤도 점점 박해진다. 겨울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전 대표는 산업용 소금으로 눈을 돌렸다. 사료 공장, 세제 만드는 데, 다시마 염장 처리하는데, 피혁 공장이라든가 섬유 산업 등에 소금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2009년부터 소금을 수입해서 원물 그대로 팔던가, 아니면 수입해 온 것을 가공해서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 비로소 전 대표의 전공인 영어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다른 수입 업체들은 딜러, 도매업자, 아니면 오파상을 거쳐서 수입해 오는데 전 대표는 직접 셀러하고 만나서 상담하고, 물건을 보고, 가지고 와서 직접 하역해서 판매자한테 직접 팔아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앴다. 누구보다도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제설용 소금에도 관심을 가지고 소금과 염화칼슘을 수입해서 도로공사나 지하철에 입찰, 또는 수의 계약을 통해 공급했다. 제품군이 식용, 공업용, 산업용, 제설용 이런 식으로 다변화되었다. 

 

▲ 이노그린 베타 살포 후 도로 모습.  © 화성신문

▲     ©화성신문

 제설용 친환경 제설제 개발

 

그러던 어느날, 제설제를 뿌린 뒤 도로에 하얗게 남아 있는 소금 가루들을 보았다. “저도 소금을 많이 팔았지만 겨울철에 제설제를 뿌리고 난 뒤 도로 바닥에는 하얀 가루가 남아요. 가루가 날려 목에  걸리면 기침 나고 기관지에 안 좋잖아요. 내가 어차피 소금을 하니까, 저런 거 없는 걸로 직접 만들면 어떨까?”하고 생각하였다.

 

2014년부터 고민하다가 방법을 찾아내어, 2017년 평택에 공장을 임대해서 기계를 만들어 설치했다. 막상 시작해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소금 팔아 2천만 원 번다 치면, 제설제에 3~4천만 원이 들어가는 형국이라 버티기가 어려웠지만 끈기있게 매달렸다.

 

“지금은 연구실이 따로 있지만, 전에는 그냥 마당에다 뿌려 놓고 실험했지요. 그러다가 화상을 입기도 하고, 기계에 찧어서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3개월 동안 고생하기도 했었죠. 다른 것보다도 돈 때문에 제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웃풋은 없이 계속 인풋만 들어가니까. 하루에 한 3~40만 원씩은 그냥 들어가요. 비용 충당을 위해 보험을 담보로 대출받기도 하고, 가계 수표를 활용하기도 하고, 현금 서비스, 카드 대출, 지인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월급만은 한 번도 밀리지 않고 지급할 수 있었죠.”라고 당시를 회상하는 전 대표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다행히 본격적으로 제품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시장 반응이 좋았다. 환경부에서 친환경 제설제 인증마크를 받아 조달 MAS에 등재하고 판매했는데, 사용해본 수요 기관의 담당자들이 제설제의 효과에 매우 만족해 했다.

 

이에 시장 반응을 믿고, 제대로 한번 해 봐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공장터를 잡은 게 현재 전곡산업단지에 위치한 이 공장이다. 2018년도에 전 대표의 생각을 충분히 담은 설계를 바탕으로 공장을 지었다.

 

원자재를 몇 천 톤 수입해 오고, 제품도 만들어 재고도 충분히 쌓아 놓았는데, 막상 2018년도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 눈이 내리지 않으니 판매할 곳도 없었다. 매달 고정 비용은 나가야 되고, 원자재 들어온 것 결제할 시기는 돌아오는데 까딱하다가 망하겠다 싶었다. 눈물을 머금고 시흥에 지어 놓았던 134평 2층짜리 건물을 급매로 팔아 그걸로 위기를 넘겼다. 다행히 2019년도에는 눈이 와서 재고가 다 소진되고 자금 순환이 되었다. 그러면서 조달 MAS보다는 뭔가 특화된 기술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체화된 기술 이론 정립으로 특허 받고 조달 우수제품 지정

 

조달 우수제품으로 지정되는 게 절실히 필요했다. 이를 목표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아 왔던 노하우, 기술을 3년에 걸쳐 이론적으로 정립, 서류로 정리하여 제설제 관련 세 개의 특허를 냈다. 이렇게 정리가 되고 보니 세계 탑 클래스 기술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특허와 정립된 이론을 바탕으로 2021년 12월 드디어 두 번이나 실패했던 조달 우수제품에 합격하였다. 동시에 행안부 재난안전제품 인증도 같이 받았다.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자 전 대표는 체득한 기술을 이론으로 정립하기 위해 고생했던 순간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면서 맥이 쫙 빠져버렸다. 

 

조달 우수제품에 지정되면 수요 기관에서 액수 제한 없이 수의 계약이 가능하고, 일정 비율은 의무적으로 사줘야 한다. 좋은 기술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주는 어마어마한 혜택이다. 친환경 제설제 조달 우수제품으로 지정된 것은 전국적으로 네 개 회사로, 지역 내에서는 화성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내에서도 ㈜하얀소금 한 군데밖에 없다.

 

㈜하얀소금의 친환경 제설제 이노그린 베타에 대한 전 대표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보통 제설제를 뿌리고 나면 도로가 하얗잖아요. 저희 제품은 도로가 물청소한 것처럼 깨끗해요. 원래 재난안전제품이라고 하는 게 창고에 보관해 놓고 있다가 재난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되잖아요. 영하 20도, 30도에서도 충분히 작동하고, 오랫동안 놓아두어도 굳지를 않아요. 제설제의 단점들을 모두 극복하고 완벽하게 만들어낸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 제설제죠. 바인더 없이 압축 성형 기술로 백화 현상이 없는 친환경 제설제를 만드는 기술은 우리밖에 없어요. 이 기술력이 제대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행안부로부터 그 어려운 재난안전제품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고요. 조달 우수제품 지정된 4개 제품 중에서 다른 회사들은 다 혼합형이에요. 여러 원료들을 섞어서 포장한 것이죠. 저희 제품은 알갱이 하나하나가 그런 특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가루로 빻아서 압축 성형하여 만든 일체형입니다. 다른 제품들 같은 경우는 실제 현장에서 뿌리면 소금이나 염화칼슘, 첨가물들이 따로따로 분리되어 실험실에서의 결과와 다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제품은 알갱이에 모든 성분들이 일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뿌리면 빨리 녹고, 오래가고, 실험실에서의 데이터나 도로에 뿌렸을 때의 데이터나 별 차이가 없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일하는 하얀소금

 

그동안 함께 열심히 일해 온 사원들이 고마워서 직원이 14명밖에 안 되지만 하루 세 끼 무료로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 규격의 탁구대를 설치하고, 무료 커피 자판기, 노래방 기기까지 설치해 놓았다. 멀리서 출퇴근하는 직원은 기름값을 별도로 챙겨주고, 매월 생일자들에게 생일 파티와 선물도 준비하니 다들 만족해 한다고 한다. 여직원 세 명의 경우 비수기에 해당하는 5월부터 9월까지는 주 4일 근무를 하도록 했다. 연구실은 한 술 더 떠 프로젝트가 없는 평상시에는 주 3일제 근무를 실시한다. 바쁠 때는 주 5일제로 근무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주 3일이면 충분하다는 거다. 물론 급여는 주 5일로 모두 지급된다. 

 

 

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꽃소금 시장에 도전

 

전 대표는 앞으로 바다의 오염으로 청정제품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갯벌 천일염 대신에 세계인의 표준 입맛이 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고 충분한 미네랄이 함유된 꽃소금을 만들어 보려 한다. 어쨌든 소금은 인류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 먹어야 되는 거니까. 그의 우직한 뚝심이 어떻게 우리의 밥상을 바꾸어 놓을지 기대가 된다.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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