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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15]
대학가 총학생회장이 공석인 이유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2/07/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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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386세대의 대표주자로 불리며, 제15대와 제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민석 전 의원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1982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한 그는 4학년 때인 1985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돼 전국대학 총학생회 연합체인 '전학련' 의장으로 활동하며, 1980년대 초의 학생운동을 주도하였다.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사건 등으로 수감되었을 때 김대중 씨를 만났고, 그 후 김영삼 씨와도 교류를 가졌다. 31세에 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그는 민주당 쇄신을 부르짖고, 우리나라 정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언론은 김민석 씨를 차세대 리더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총학생회장 출신으로서 유명 정치인이 된 사람은 김민석 씨뿐만이 아니다.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송영길(연세대 총학생회장),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한양대 총학생회장), 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우상호(연세대 총학생회장) 씨 등 여러분이 있다. 특히 386세대 정치인이 많다.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의 뜻을 담고 있는 386세대는 80년대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성난 젊은이들’이다. 대학가에서 이들을 이끈 총학생회장은 단지 한 대학의 대표가 아니라 재야 정치인 격이었다. 

 

대학의 총학생회장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비중이 컸다. 386세대에서 그 세력이 커지기는 했지만, 그전에도 대학가의 리더는 우리 사회의 리더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아닌가. 그래서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 선거는 경쟁이 치열했고, 총학생회장은 그만큼 명예로운 자리였다.

 

그런데 그 총학생회장이 예전과 같지 않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자리는 2년 반 동안 공석으로 있다가 이번 학기에 겨우 채워졌다. 그것도 단독 후보였다. 서울의 이화여대, 숙명여대, 연세대, 성균관대, 외국어대, 서강대 등에서도 후보가 없어 선거를 못 치르거나 투표율 미달로 총학생회장 자리가 상당 기간 비어있었다. 지방의 경우 전남대학교도 2년 동안의 공백 끝에 2021년 3월 겨우 총학생회장을 뽑았으며, 경북대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학의 총학생회장 인기가 이렇게 추락한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은 코로나의 영향이 1순위로 꼽힌다. 코로나19가 3년 정도 영향을 주다 보니 소위 ‘코로나 학번’은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가 없었다. 캠퍼스 라이프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대학의 문화를 맛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젊은이들의 실용주의적 성향을 들 수 있다. 총학생회장으로서의 명예도 예전 같지 않지만, 명예가 있다고 한들 그런 명예보다는 학점이나, 취업 같은 실리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학의 총학생회장이 지나치게 주목받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외면당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학가 총학생회장 공석 사태는 단지 대학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 전체 변화의 한 단면이고, 또 우리 사회에서 리더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과거는 정치적으로 독재건 아니건 간에 우리 사회의 기본 운영 논리는 ‘수직적 체제’였다. 리더에게 막강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졌고, 상부의 지시가 상당 부분 먹혔다. 이제는 그 수직적 체제가 종말을 고하고 ‘수평적 체제’로 넘어가고 있다. 수평적 체제에서는 리더에게 큰 권한과 명예가 없다.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다기해지고, 소통과 갈등관리의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윤리적인 요구 수준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까 수직적 체제에서는 리더는 보통 사람과 달라야 했던 것이다. 더 뛰어난 지식과 지혜를 가져야 하고 더 많은 에너지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 물론 존경받고, 훌륭해야 한다. 그런데 수직적 체제에서는 그렇지 않다. 리더는 단지 보통 사람의 일부이고, 비슷한 사람으로서 대표를 할 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선수들이 더 훌륭하고 더 존경받는 사람들일 수 있다. 다만, 리더는 조정하고 살펴주는 일을 주로 한다. 대부분의 일은 멤버들이 결정하고 멤버들이 집행하는 것이다.

 

대학가의 리더십 공백 현상은 우리 사회가 수직 체제에서 수평 체제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하고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그 시기가 좀 앞당겨졌을 수도 있고, 그 진폭이 심화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가에도 새로운 컨센서스가 형성될 것이고, 새로운 리더상이 등장할 것이다. Great Hero로서의 리더가 아니라 Great Server로서의 리더 말이다. 대학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말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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