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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의 심리 칼럼] 첫 아이를 떠나보냄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7/1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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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그녀는 첫아이를 임신하였고 출산을 일주일 남겼을 때 명절을 맞이하였다. 지방에 계신 시부모님께 일주일 남은 이번 명절은 출산으로 인하여 시댁에 찾아갈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이에 시어머니는 불같이 화를 내시며 당장 내려오지 않으면 다시는 못 볼 줄 알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남편은 어머니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다며 아내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그녀는 시부모님이 화를 내는 것이 무섭고 겁이 났다. 그래서 시댁에 내려가기로 하였다.

 

시댁에 도착한 날은 유독히 추운 날이었고 만삭인 그녀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마당에서 해야 할 일들을 며느리에게 시켰다. “나물을 씻어 오라, 파를 마당에서 다듬어서 와라, 설거지가 많으니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서 그릇을 씻어라,” 등 많은 일들을 그녀에게 시켰다. 실내가 아닌 혹독히 추운 마당에서 일을 하도록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바깥으로 내몰았다. 

 

그녀는 쓰러질 정도로 몸도 마음도 힘들고 아팠다. 힘들어서 좀 쉬었다 하겠다고 하였을 때 시어머니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질책을 쏟아부었다. 그녀의 배에서 통증이 시작되었고 참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웠다. 잠시 후 그녀는 쓰러졌다. 그리고 얼마 후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고 만삭인 배는 허전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찾았다. 옆에 있던 남편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남편은 아이가 저세상에 갔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는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그때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고 그녀 또한 사경을 헤매다가 이틀 만에 깨어난 상태였다. 

 

이후 그녀는 삶에 의욕을 잃고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삶의 의욕을 찾지 못하고 하루 이틀 버티고 견디며 살아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게 지내온지 어언 오 년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찾아와서 그녀에게 일어나 밖으로 나가 앞으로의 삶을 살아보자고 위로하고 격려하였지만 그녀는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받게 되었다. 저세상으로 간 아이와의 애도 작업과 자신은 살아도 괜찮다는 자기 돌봄 그리고 시어머니와 남편을 향한 미움과 원망 등에 대해 여러 가지 풀기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나갔다. 이후 깊은 실의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녀는 이제는 살아도 괜찮고 가슴을 펴고 숨을 쉬어도 괜찮다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게 되었다. 이제 그녀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터널 밖에 있는 또 다른 빛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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