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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농민(華城農民)칼럼 19-자본과 노동의 미래 ④]
현대 농업자본주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4/0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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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영 (사)한국쌀전업농 화성시연합회장 / 농업경제학박사     ©화성신문

약 1만2,000년 전에 정착농업이 인간사회의 물적토대로 등장한 이래 수천년에 걸쳐 일어난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농업은 구획되거나 경운된 땅에서 경작하는 활동으로 이동식 경작이나 유목활동과 확연히 구분되고 정착농경은 곡물경작과 동물 가축화를 통해 등장했다. 농업사회는 인구 규모와 밀도의 증가, 지배계급의 형성, 국가·도시·도시문화의 형성을 특징으로 하여 발전하였다. 2021년 세계인구는 78억 명까지 증가했으며, 2050년에는 9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인구증가에는 농업생산성 향상이 크게 기여하였으나 그 이면에는 소득, 생계보장, 삶의 질과 기대수명, 생산력에서 거대한 격차를 보이는 지구적 불평등이 존재한다. 

 

자본주의 출현 이전에는 유럽 중심부든 식민지든 관계없이 대부분이 농업사회였다. 인구의 절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했다. 마르크스는 농업과 공업, 도시와 농촌 간 노동의 사회적 분업이 자본주의 발전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발전에서 경제적 근대화란 공업화와 동일한 것으로 이해되었고, 농업은 공업화를 위한 인적·물적 자원의 기반으로 왜곡·재편되었다. 근대 국민경제의 발전은 공업에 기반한 세계체제로의 편입과 농업부문의 저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한 농민에 대한 희생을 강요했다.   

 

자본주의 농업의 특징은 농업을 산업생산과 동일선상에 맞추려 한다. 가능한 농업의 자연적 과정을 단순화하고 표준화하고 가속화한다. 농투입재 및 농식품 산업이 추동하는 농업에서의 기술혁신은 예측 가능하고, 더 크고, 더 빨리 성장시켜 작물과 가축의 수확량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토양(비료), 종자(제초제), 해충(살충제), 기후(관개, 온실), 식물속성(유전자 기술, 인공수정), 동물성장(집중사육, 성장촉진 호르몬, 유전자기술)에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즉, 현대 농업자본주의는 경작노동의 효율화로 농경 인력을 줄이는 기계화와 화학화를 통해 일어나고, 이것은 다시 강력한 농기계 제조업과 화학비료산업과 육종개발을 위한 첨단 생명공학 산업을 전제하고, 농업생산물의 대량생산과 소비는 각종 식품가공산업·음식산업과 농산물 상업·수출업의 발달을 전제한다. 따라서 선진 농업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공업과 상업·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가 농민의 수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가의 농업 사정을 보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이 모두 전생업인구의 7~8% 이하, 미국, 서독 등이 1% 이하의 농업인구를 가지고 있다. 또 과거와 달리 농업을 지배하는 소유형태는 자본주의적 부농이 아니라 중소농 위주의 전업농이다. 이 전업농들의 기술 장비율이 월등하여 그들의 경작면적이 과거 대차지농이나 대지주의 토지소유면적에 육박하고, 우리나라 과거 지주나 현재 부농의 토지소유 규모를 능가한다. 따라서 선진국가의 농업은 주로 자본주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한국적인 편견이다. 

 

세계 농업은 중대한 환경적 병목 현상에 직면해 있다. 많은 지역에서 토지와 물의 부족이 심해지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수확량이 줄고 있다. 현재 지표면의 약 25%가 경작에 쓰이고 전 세계 물 소비의 70% 이상을 농업과 식품가공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세계 이산화탄소 30%이상을 농업과 식품가공 분야에서 배출한다. 전통적 영농시스템이 환경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지난 수십 년간 생산성 향상을 위해 농업생산 시스템이 현저하게 산업화되었다. 토양 침식, 삼림 파괴, 단작 재배와 산업적 생산방법으로 인한 오염, 취수, 탄소 격리의 감소, 그리고 포유류를 포함한 동식물 종 다양성의 감소 등 자연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었다. 이에 자본주의 농업을 비판하는 이들은 ‘농업혁신’으로 대표되는 농업의 산업화는 먹거리 생산과 가공방식을 산업화해 영양가치를 떨어뜨리고 식품내 유해물질을 증가시키는 등 심각하고 치명적인 생태적 문제를 낳는다고 비판한다. 

 

21세기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위한 주요한 의제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기후변화에 대비한 생태·환경농업을 실천해야 한다. 유럽연합, 미국, 중국 등 세계 120여 개 국가에서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농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FAO(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농업 잠재력의 86%가 토양 탄소 격리에 있다고 한다. 농업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의 방법들은 기후변화 적응과 식량안보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토양의 유기물 수준을 높이는 것과도 연계돼 있다. 

 

둘째, 지역 먹거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 농식품체계는 지역 및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던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를 전 지구적인 범위로 확대시켰다. 먹거리체계를 지역중심의 생산과 제철의 신선한 농산물 소비로 전환하면 수송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농산물의 신선유지를 위해 투여되는 에너지와 포장 등이 줄어들어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보다 10~12%의 감축을 가져올 수 있다. 

 

셋째,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디지털농업의 확산이다. 디지털농업은 기존의 정밀농업이나 스마트농업보다 생산, 유통, 소비 등 농업활동의 전 과정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며 수집된 데이터를 인간이 분석·모델화하여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사람이 아닌 AI가 분석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IoT, 센서 등에서 생산되는 생산데이터, 유통데이터와 소비데이터가 농업데이터 플랫폼으로 수집되고 플랫폼 상에서 AI가 데이터를 분석하여 도출된 최적의 의사결정이 다시 현장으로 적용되는 시스템이다.   

 

넷째, 지속가능한 농업발전과 중·소농을 위한 대안 농민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1세기 기업농업의 확대 재생산은 기존의 농업생태를 제거하거나 흡수하는데 의존하며, 이 때문에 비아 캄페시나(Via Campesina)로 대표되는 ‘토지회복과 식량주권을 주장하는 운동’을 비롯한 활발한 저항운동을 낳고 있다. 비아 캄페시나는 전세계 182개 농민운동조직으로 사회적 배제와 탈자연화를 강요하는 기업농업의 영향력에 대항해 지구적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ek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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