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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51]
골치 아픈 게 성과급이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3/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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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L씨는 아이들 용돈 주는데 성과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100점 맞으면 가점이 있고, 100점이 아니라도 성적이 오르면 점수가 올라간다. 주말에 L씨를 따라 산에 가도 가점이 있고, L씨 회사 일을 돕거나 집안일을 해도 가점이 있다. 아이들은 그래서 가점을 받으려고 여러 가지로 애를 쓴다. 용돈이 좀 부족하다 싶을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또 L씨 회사일과 집안일도 찾아서 하고, 산에 가자고 해도 선뜻 나선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큰 아이는 공부로 큰 용돈을 버는데 둘째와 셋째는 공부로 용돈 올리는 것은 거의 포기하고 있다. 대신에 다른 것을 하는데 그것도 말이 좀 많은 편이다. 용돈 되는 일인지 아닌지 따지기도 하고, 지난번 일보다 어려운 일인데 왜 똑같은 점수를 주느냐고 불만을 터뜨린다. 

 

C사장은 매출액 목표를 달성해야겠다는 욕심에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약속했다. 작년보다 매출액을 30% 올리면 월급의 100% 보너스를 주겠다고 했다. 직원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열심히 했다. 매주 매출실적을 공개하고 독려했다. 직원들은 온통 매출에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서서히 조직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당장의 매출과 관련이 없는 일이 잘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기획이나 개발 업무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리한 매출로 인해 반품이 늘기 시작했다.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한다는 것은 동기부여의 기본 원리이다.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 급여차이가 없다면 누가 일을 하려 하겠는가. 그래서 직무급도 도입하고, 성과급도 도입하고 하는 것이다. 직무급이란 일 자체를 평가해서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하면 급여를 많이 주고, 쉽고 덜 중요한 일을 하면 급여를 덜 주는 것이다. 성과급은 실적을 많이 내면 급여를 많이 올려주고, 성과를 적게 내면 급여를 적게 올려주는 것이다. 

 

원리는 간단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성과급의 문제는 첫째로 측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직무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실적을 평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성과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공장에서의 생산량, 자동차 대리점에서의 판매대수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매출액이라든지, 이익이라든지, 주가라든지 하는 것은 숫자는 나오지만 그것이 일하는 직원들의 실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둘째는 성과급은 근로자들로 하여금 일에 대한 재미보다는 보상에 너무 신경을 쓰게 한다는 점이다. 매출 기준으로 성과급을 준다고 하면 매출을 올리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어찌 되었든 결과만 올리려 할 것이다.

 

그래서 성과급이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끝 없는 논쟁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대체로, 성과급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이태리 경제학자 루치포라와 오리고(Claudio Lucifora와 Federica Origo)가 2015년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성과급의 도입은 처음엔 3~5% 생산성을 올리는데 효과를 보지만, 그 효과는 점진적으로 떨어져서 결국은 그 효과가 없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동연구원에 쌓인 기업 데이터를 가지고 한 연구가 있는데, 개인연봉제과 집단성과급 제도의 도입이 도입 첫해에는 기업 실적에 약간의 의미 있는 관계를 보이는데 2년차부터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가 없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7).

 

성과급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 성과급 제도는 몰라도 성과주의 문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성과급은 개인을 실적과 돈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에 비해 성과주의 문화란 조직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구성원들이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성과급에서는 제도가 중요한데 비해 성과주의에서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높은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는 것, 일 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작은 노력에도 인정을 받는 것, 서로 협력하여 시너지를 만드는 것 그런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조직 내에 기본적인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신뢰 기반이 약하면 성과급은 독이 된다.

 

우리 기업들이 2020년 실적을 결산하는 시점이다. 그 결과에 따라 주주에 배당도 할 것이고, 종업원들에게 성과급도 줄 것이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일부 대기업에서는 성과급 가지고 노사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 유감이다.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에서는 성과급이 부족하다고 또 성과급 결정 기준이 문제라고 한다. 폐업 위기에 몰린 많은 영세상인들, 하루하루 연명하기 힘든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이 소식을 듣고 어떤 마음일까?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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