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을 잃기 전에는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 법이다. 물이 그렇고 공기도 그렇고 무심히 딛고 서있는 땅도 그렇다. 너무나도 소중하지만, 우리 곁에 늘 변함없이 당연한 것처럼 존재하고 있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있는 것이다. 한 모금의 물이 없어, 한 호흡할 산소가 없어, 두 발 디딜 땅 한 뼘이 없어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역사상 어디 한둘이던가. 비극은 ‘당연함의 부재’에서 발생한다.
화성시 팔탄면에서 전승되고 있는 민요에서도 당연함의 부재에서 기인한 비극의 씨앗을 찾아볼 수 있다. 팔탄 민요의 경우 그 ‘당연함’은 사람이었다. 늘 곁에 있을 것 같은 경기도무형문화재 박조원 옹이 2008년 별세하면서 민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방관과 무관심으로 인해 전수자조차 정해 놓지 않았던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반성했다. 뒤늦게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향토민요보존회를 만들었다. 지금은 40여 명의 회원이 매주 한 차례씩 모여 전승 교육을 받고 있다. 7월에는 ‘팔탄의 소리 구장터 면생이 재연 행사’를 열었다. 10월에는 화성문화원과 공동 주관으로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절실한 마음이 있으면 움직이게 돼 있는 것이다.
‘당연함의 부재’는 혜민 스님에게서도 발견된다. 혜민 스님은 2012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을 내면서 본격 등장했다. 마음의 평안과 무소유에 대한 짧은 글들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최근 자택을 TV에 공개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서울 삼청동 2층짜리 단독주택을 본 네티즌들이 등기부 등본을 떼보니 혜민이 2년 전 한 불교 단체에 매각한 건물이었다. 그런데 그 불교 단체 대표가 혜민 본인이라는 것이다.
미국 시민권자인 혜민은 조계종에서 승적을 받은 승려다. 그러나 절 생활을 하지 않고 서울 시내 사무실로 출근해 명상 앱을 개발하는 등 일반 승려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인터넷에는 ‘무소유가 아니라 풀(full)소유’라는 조롱 섞인 글들로 도배됐다. 혜민이 운영하는 ‘마음치유학교’에서는 수익 사업으로 타로카드 읽는 법을 가르치고 직장인 남녀 만남을 주선한다. 혜민은 이번 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다. ‘공수래 만(滿)수거’ 삶의 귀결이다.
소중한 것을 잃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우리가 평소에 잘 아는 덕목들이다. 팔탄 민요의 경우는 소중함에 대한 자각이다. 미리 깨달았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혜민의 경우는 언행일치다. 신뢰를 잃는 가장 좋은 방법이 언행불일치다. 최고의 선(善)은 자기 자리에 온전히 서 있는 것이다. 자기 자리에 제대로 서있지 못하면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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