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2020년도가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만큼 특별한 한 해를 우리는 보내고 있다.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한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코로나 이후의 달라질 삶에 대해서 준비하는 메시지를 줄만큼 올해는 특별하다. 그런데 어느덧 추석이 코앞이다. 가을이 온 것이다. 달라진 일상으로 인해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2020년도 3개월 정도 남아 있다.
3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2020년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예상치 못한 시간을 보낸 만큼 남은 시간도 될 대로 되라는 식이어야 할까. 아니면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남은 한 해를 의미 있게 보내야 할까. 우리는 매년 연초마다 한해를 준비하는 계획을 세우곤 한다. 작심삼일로 계획의 실행에 차질이 생기기도 하지만 마음을 다해 준비했던 계획은 한 해를 살아가는 이정표가 되어주기도 한다.
필자는 다이어트에 대한 익살스러운 표현 중에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그리고 사실 대단한 의지가 담긴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내일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산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이처럼 계획은 작심삼일이어도 매우 영향력이 있다.
사회과학 이론 중에 체계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사회과학 이론이니만큼 체계이론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 세상을 설명한다. 또한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 이해를 돕는다. 이러한 체계이론의 기초가 되는 개념은 모든 인간은 서로 관계가 있고, 서로 관련된 부분에서 어느 한 수준의 변화는 전체 체계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개념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는 한낱 개인에 불과하지만 개인의 변화가 결국 사회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필자처럼 청소와 정리를 잘 못하는 어떤 사람이 ‘내일부터는 책상을 퇴근하면서 정리해야 겠다’고 결심을 하고 퇴근 전에 주변 정리를 했다고 치자. 다음날 출근한 이 사람은 깨끗해진 책상 앞에 앉자 기분이 상쾌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상쾌해진 기분 때문인지 그날 하루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하나씩 하나씩 떠오르고 업무를 척척 해내가기 시작한다. 하루의 시작을 상쾌하게 하다 보니 표정도 밝아지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주변 동료들이 기분이 좋아 보이는 이 사람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기분이 좋으니 정겨운 이야기들이 오간다. 대인관계가 더 나아진다. 직원들 간의 대인관계가 나아지니 직장분위기도 더 좋아진다. 좋아진 직장은 생산성이 높아지게 된다.
극단적인 예라고 흉을 볼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변화는 실제로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 작은 변화 하나로 충분하다. 유명한 베스트셀러인 ‘습관의 힘’의 저자도 버스 한두 정거장은 걸어서 다니겠다는 결심을 하면서부터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걷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건강도 나아졌고 그러면서 결국 유명한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되었다.
체계이론이 제안하는 변화, 매력적이지 않은가.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감염병의 시대가 우리의 삶을 억누르고 있다. 한 명의 개인이 큰 변화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이 들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2020년도 하반기에 서있지만 우리는 새해를 시작하는 것처럼 결심을 할 수 있다.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좋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 아니면 아침에 만나는 직장동료에게 밝은 인사를 하는 것도 좋다. 하루에 한 끼 식사는 가족과 함께 먹기와 같은 계획 말이다. 그 작은 변화가 나를 변화시키고 우리 가족과 공동체를 변화시킬 것이다.
결국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첫 변화는 큰 변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도 좋겠다. 2020년이 아직 3개월이나 남았네. 많은 것을 해볼 수 있겠는걸. 마음을 긍정적으로 갖는 변화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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