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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29]획기적인 신제품이 안 팔리는 이유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9/0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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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필자의 지인 한 분이 전기자동차를 샀다. 그 분은 매사에 철저하신 분이고 합리적인 분이다. 골프를 치러가는 경우에도 “그 시간대에는 이 길을 이용하는 게 좋아.” 하고 가르쳐준다. 그 분 스타일대로 오랫동안 숙고를 하여 전기차를 샀다. 자동차 가격과 보조금 그리고 연료비 절감에서 오는 혜택 등을 잘 따져 보았을 것이다. 그는 요즘 만나는 사람에게 전기자동차를 열심히 권한다. 여러 가지 장점을 이야기하며 연료비 절감을 강조한다. 연료비(전기료)가 한 달 4-5만원 밖에 안 된다고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선뜻 내켜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전기차의 장점에 감탄을 하면서도 “충전소는 많이 있나요?”하고 묻는다.

 

세그웨이(Segway)라는 바퀴 두 개 달린 전동차가 있다. 2001년 12월 미국 ABC 방송에서 처음 소개되었을 때, 미래형 개인용 이동수단이라고 찬사에 찬사를 받았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등을 비롯해서 저명인사들과 쟁쟁한 기업들에서 관심을 보이고 투자도 해주었다. 수평조절장치가 있어 수평을 유지할 수 있고, 시속 20km 이상을 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충전도 자주 할 필요가 없다. 한 달에 한두 번이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2015년 중국회사 나인봇이 이를 인수했는데 결국 금년 7월에 생산을 중단하고 마지막 남은 직원 21명도 공장을 떠나고 말았다. 

 

기업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계속적으로 신제품을 내어놓아야 한다. 혁신이 생명인 것이다. 애플처럼 스마트폰을 내놓거나, 구글처럼 검색엔진을 만들어 놓거나, 삼성처럼 반도체를 만들거나. LG처럼 휘어지는 TV를 만들거나 말이다. 그래서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기업의 생명은 혁신(innovation)과 생산성(Productivity)라고 했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그 다음엔 저렴하게 생산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 속상한 것은 힘들여서 획기적인 것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 중에서 40% 내지 90%는 실패한다. 제품군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데 대충 70%가 실패한다고 보면 된다.

 

왜 실패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신제품이 가져다주는 혜택보다 소비자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신제품이 좋긴 한데 가격이 비싸면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세그웨이는 정말 신기한 기계인데 가격이 700만원이 넘고 1천만 원까지 한다. 이렇게 되면 생각을 좀 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전기자동차는 어떤가? 친환경차를 위한 국가 보조금까지 있고, 연료비 절감효과까지 합쳐 보면 경제적 혜택은 엄청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충전의 불편함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측면만 생각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에 심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요소도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 혁신적인 제품은 그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도 있고 또 행동을 바꾸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존 구어빌(John Goorville)교수는 이를 혁신의 저주(curse of innovation)라고 했다. 획기적인 기술혁신이지만 사람들에게 행동의 변화를 많이 요구하여 실패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세그웨이에는 엄청난 신기술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비싸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타고 갈 때는 좋은데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건물 안에 들고 들어가야 하고, 보관을 해야 하고, 퇴근길에 동료들 하고 맥주 한잔 하기도 거북하다. 또한 짧은 거리엔 산책을 하고 조깅을 해야 하는데 그 즐거움 또한 포기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자나 개발하는 사람들은 신제품과 몇 달이나 몇 년을 씨름하기 때문에 그런 불편함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존 제품에 길들여져 있는 소비자는 신제품이 주는 불편함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신제품의 혜택은 그것이 초래하는 비용의 10배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구어빌 교수의 주장이다.

 

그래서 일단, 소비자의 행동변화가 별 필요가 없도록 제품을 개발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획기적인 혁신을 시도해 보려면, 행동의 변화를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선도자들을 찾아야 한다. 혁신은 만든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수용하는 것이 문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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