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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26]몰입은 어떤 때 일어나는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8/1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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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어떤 아이들은 2시간을 공부해도 꼼짝 않고 공부에 집중한다. 휴대폰도 안 보고 화장실도 안 가고 군것질도 안 하고, 그냥 문제만 푼다. 그런데 대다수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2시간이 아니라 1시간을 공부한다고 해도 집중을 하지 못 한다. 이 책 저 책 넘기고 휴대폰 만지작거리고 주스 마시고 화장실 왔다 갔다 하다가 끝난다. 아이들의 학습 성과는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아니라, 집중하는 시간에 비례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하루 일과를 뒤돌아보면, ‘과연 내가 뭐를 했지?’ 하고 반성이 되는 때가 많다. 이것저것 대응하다가, 이 회의 저 회의 불려 다니다, 그리고 이 자료 저 자료 검색하다가 하루가 다 간 것 같다. 하루 근무 중 제대로 일하는 시간은 50%정도라는 조사가 있다.

 

그래서 회사들에서는 집중 업무 시간제를 도입한다. 어떤 회사는 10시부터 11시 반까지, 또 다른 회사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를 방해받지 않고 개인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대로 설정한다. 그 시간에는 회의도 열지 않고, 상사도 부르지 않는다. 최대한 외부 손님과의 미팅도 그 시간대는 피한다.

 

또 다른 방법은 아예 탄력 근무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천천히 출근하여 늦게 퇴근하거나,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여 다른 일을 볼 수 있다면, 일하는 시간에는 가사에서 해방이 되어 일에 몰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시간적은 접근은 필요한 일이기는 하나, 이것으로 일에 대한 집중도 문제를 해결되기는 어렵다. 일의 질이 문제다.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있다고 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직장인들도 업무 집중 시간에 진정으로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헝가리 출신의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동기 부여를 연구하면서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면서 진정한 몰입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암벽 등반가가 그렇고,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그렇고, 다이아몬드 세공을 하는 장인들이 그렇다. 이들은 거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한다. 심지어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르고 일을 하며, 자신의 존재 자체도 까먹고 다른 세계에 갔다 오는 것 같기도 하다. 말하자면, 물아일체(物我一體), 무아지경(無我之境)에 이른 것이다. 이를 칙센트미하이교수는 Flow 상태라 했다. 우리말로는 몰입이라고 번역하는데 사실 플로우의 원래 뜻은 ‘흐름’이다. 그럼 왜 고도의 몰입 상태를 흐름이라 했을까?

 

칙센트마하이 교수가 발견한 것은 사람이 어디에 빠져있는 정체된 모습이 아니라, 일의 흐름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저 혼연일체가 되어 인간과 일이 하나로 흘러가는 동적인 모습이었다. 낙엽이 개울물에 떨어져서 물과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그런 모습인 것이다. 그때는 주체와 객체가 없고, 시간도 없어지고 또 의식도 없어지며, 에너지도 별로 소요되지 않는 그런 상태이다. 운동선수들은 이런 상태를 존(zone)이라고도 한다. 이상하게 운동이 기가 막히게 잘 되는 상태, 흔히 ‘그분이 오신 날’을 말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런 경지를 경험할 수 있을까? 칙센트미하이와 후속 연구가들이 발견한 것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어려운 과제, 도전적인 과제를 할 때 몰입한다는 것이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쉬운 일을 좋아할지 모르지만, 쉬운 일은 바로 싫증을 내고 지루해 한다. 대신 어려운 일은 잘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몰입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어려운 일은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보다 5%나 10% 정도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이 최적이다. 그러니까 아주 어려운 일은 단계별로 하도록 하면 집중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둘째는 일 속에서 일의 결과를 스스로 맛볼 수 있어야 한다. 피드백(feedback)말이다. 일의 성과가 즉각적이고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자극을 받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고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일이어야 하고 또 일하는 과정에서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몰입을 할 수 있다. 일일이 상사의 의견을 물어보거나 눈치를 보고 일을 한다면 몰입이 되겠는가.

 

시대가 변하고 있다. 그저 책상만 지키고 있는 직원은 이제 필요가 없다. 몰입하는 직원이 필요하다. 몰입은 놀랍게도 안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도전에서 나온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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