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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의 심리칼럼] 노래하고 춤을 춰봐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6/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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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그녀는 열심히 집안청소를 하고 무더위에 땀을 흘리며 마트를 다녀와 저녁을 짓는다. 최대한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에 맞추어 국을 끓이고 나물을 다듬고 고기를 볶는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으며 TV에 온 마음을 쏟는다. 아내는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부질없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무엇 때문에 그토록 열심히 집안일을 하고 반찬을 만들며 애썼을까? 남편이 자신의 수고를 알아주기를 원했고 남편이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길 바랬다. 열심히 봉사하면 남편이 자신을 바라볼 줄 알았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가 만들어 놓은 저녁식탁의 메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자신의 정성이 담긴 저녁메뉴보다 TV가 남편을 더 웃게 만드는 것 같다. 

 

남편의 그런 뒷모습에서 아내는 불현듯 친정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몹시 놀랐고 순간 숨이 멎는 듯 했다. 어린시절 아버지는 딸이 재롱을 피우면 예뻐하였고 딸이 재롱을 피우지 않으면 관심을 주지 않았다. 딸이 유치원을 다닐 때 아빠는 딸에게 유치원에서 무얼 했는지 물어보고 율동과 노래를 시켰다. 딸은 아빠의 박수와 웃음에 신나게 율동과 춤을 췄고 이때 이렇게 해야 자신이 인정받는다는 것으로 생각했다. 유아기를 지나 아동기가 되어서도 아빠는 딸에게 노래와 춤을 춰 보라하였고 딸은 그런 아빠의 요청에 춤과 노래를 불렀다. 그러면 아빠는 딸에게 박수를 보내었고 딸이 아빠를 향해 춤과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무표정, 무관심이었다.  

 

중학생이 되어 딸은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 억울하고 힘든 마음에 아빠에게 고민을 얘기했다. 그런데 아빠는 딸에게 ‘니가 알아서 해’ 하면서 춤과 노래를 불러 아빠를 즐겁게 해 달라고 하였다. 딸은 멍한 상태로 춤과 노래를 불렀다. 춤과 노래는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이 담긴 것이 아니라 그저 아빠를 위한 재롱이되었다. 이후 학교생활, 학업문제 등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혼자 힘들게 버티어 왔다. 그리고 딸은 많이 외로웠다.  

 

딸은 점점 춤도 노래도 싫어졌다. 가슴 깊은 곳에서 자신의 존재가 외롭다는 것을 느꼈고 학업에 대한 관심도 없어지게 되면서 자신의 꿈도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여전히 퇴근 후 ‘내 딸 노래한번 불러봐, 춤 한번 춰봐’라 하며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딸의 재롱만을 원했다. 딸은 로봇처럼 노래와 춤을 추는 자신은 그나마 아빠로부터 인정받는 것으로 여기며 열심히 유치원 아이처럼 아빠를 즐겁게 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결혼하여 남편의 기분을 살피며 재롱을 피우듯 남편이 좋아하는 밥과 반찬에 정성을 쏟았다. 남편이 아내가 아닌 TV나 다른 것에 관심을 쏟을 때 아내는 스스로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려고 재롱을 피우듯 더욱 남편에게 봉사를 하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존재를 느끼며 살아가야하지만, 그렇지 않고 가족 안에서 어떠한 역할자로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거기에는 부모님의 재롱둥이, 부모님의 보호자, 부모님 한분의 대리 배우자, 가족의 심판자, 가족의 문제아 등등 다양하다. 이러한 역할은 성장 후 현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자신의 역할을 자각한다면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어 역할자가 아닌 존재로 살아가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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