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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동탄 LP음악카페 ‘비틀즈’
“공감 느낄 수 있는 해방구, 어른 위한 멋진 놀이터죠”
LP·재킷·유명 아티스트 액자…, ‘추억 소환’ 장치 가득
2013년 생긴 명소, 영국 4인조 록 밴드 ‘비틀즈’ 이름 따
“나이·사상·종교 초월해 공감하고 소통하는 감성 공간”
“명품 LP음악카페” 포부, 고객들 “이런 곳 오래 유지돼야”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0/05/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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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탄 LP음악카페 ‘비틀즈’의 한쪽 벽면이 LP로 가득하다.     © 화성신문

 

 

우와~ 동탄에도 이런 곳이 있었어?”

 

음악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귀에 익은 음악이 흐르고 있다. 요란스러운 분장의 헤비메탈 그룹 Kiss의 대표곡 I Was Made for Lovin’ You. 이어서 카를라 부르니의 Stand By Your Man이 호수 위를 뒤덮은 안개처럼 공간을 아늑하게 채운다. 모방송사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OST로 잘 알려진 노래다.

 

화성 동탄1신도시 북광장 중심상가에 위치한 LP음악카페 비틀즈. 1960년 영국 리버풀에서 결성된 4인조 록 밴드 비틀즈(The Beatles)의 이름을 땄다.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감성은 옛 시절로 소환된다.

 

음악카페 비틀즈는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장치들로 가득하다. 7,000장에 달하는 손때 묻은 음반을 비롯,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을 담은 알록달록한 액자들로 한가득 채워진 벽면,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재킷 배열, 광도 조절이 가능한 조명이 그 장치들이다.

 

전압이나 전류의 입력파형의 변화를 음극선관(CRT) 화면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장치인 오실로스코프도 있다. 근대사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진공관 앰프와 전축, 위조지폐감별기, 어렸을 때 과학시간에 사용했던 현미경, 모르스 부호(CW)를 직접 손으로 쳐볼 수 있는 송신기(CW-KEY)도 있다. 메뉴판도 LP. 추억의 갤러그와 보글보글, 테트리스, 스트리트파이터 등을 즐길 수 있는 오락기도 있다.

 

비틀즈에서는 보고 듣고 만지며 오감을 통해 추억의 블랙홀로 빨려든다.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할 수도 있고, 연인들은 새롭고 감미로운 추억을 새록새록 쌓을 수도 있다. 자식과 부모 간 세대 차이를 공감을 통해 뛰어넘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LP음악카페 비틀즈아재감성으로만 여겨졌던 엘피의 세계를 2030세대로 확산시키며, 동탄의 독특한 문화 공간이면서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엘피판 크기는 가로세로 각각 30센티미터(12인치).

 

 

▲ 유명 아티스트들의 액자가 걸려 있는 공간은 포토존으로 사랑받는다.     © 화성신문

 

▲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비틀즈’ 내부 전경.     © 화성신문

 

▲ 비틀즈에는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볼 수 있는 소품들이 많다. 소품들 위로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 화성신문

 

 

가수들의 적극적인 엘피 발매도 엘피 문화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승훈은 최근 30주년 기념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를 발표하며 한정판으로 엘피 1000장을 제작했다. 엘피는 예약 주문 하루 만에 동이 났다. 송가인도 최근 첫 앨범을 엘피로 제작했다. 엘피 시장 규모가 커지고, CD와 다운로드 음원 시장 매출이 줄고 있는 추세다.

 

주 고객층은 3040세대예요. 5060세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아요. 최근 들어서는 20대 고객도 부쩍 늘었어요. 인터넷 검색과 입소문을 통해 찾아서 오세요. 레트로 감성, 아날로그 뉴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비틀즈 손미란 대표는 젊은층부터 중년층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의 매력을 감성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감성은 고구마 줄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만남, 추억, 치유, 공감이라는 단어들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음악카페 비틀즈는 엘피에서 나오는 예스러운 소리 질감을 통해 따뜻함과 신선함, 아날로그적 체온을 느낄 수 있는 묘한 매력을 풍기는 공간이다. 손 대표는 어떻게 음악카페를 운영하게 됐을까.

 

직장에 다니는 남편의 권유 때문이었다. 원래 비틀즈는 직업 성격상 비즈니스를 위해 저녁에 술자리가 많은 남편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단골로 3년쯤 다닐 무렵, 비틀즈 주인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처지여서 남편에게 인수할 것을 강하게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일상의 지친 삶에 해방구가 필요했던 아내는 카페를 지키자는 남편의 권유를 수락했다. 2013년 처음 생겼던 비틀즈는 그렇게 2017101일 새 주인을 맞았다.

 

이제 비틀즈는 저희 부부에게 재미있는 놀이터예요. 특히 남편에게는요. 남편이 지금은 퇴근 후 알바생처럼 일을 도와주고 있지만, 이삼년 후 정년퇴직하면 제2의 인생 무대가 될 것 같네요. 호호호.”

 

 

▲ 신청곡을 받는 뮤직 박스.     © 화성신문

 

▲ 고객들이 남긴 메모지들.     © 화성신문

 

▲ 테이블 위에 신청곡 용지와 LP로 제작된 메뉴판이 놓여 있다.     © 화성신문

 

▲ 비틀즈 손미란 대표가 턴테이블 위 LP에 핀을 올리고 있다.     © 화성신문

 

 

부부는, 아니 남편은 포부가 크다. 동탄 LP음악카페 비틀즈를 대한민국 최고 음악카페로 만들고 싶어 한다. 현재도 한국으로 출장 온 외국인들이 소문을 듣거나 소개로 종종 찾는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80개 정도의 엘피 음악카페가 있어요. 저는 비틀즈를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엘피 음악카페로 만들고 싶어요. 만남의 공간, 추억 소환 공간, 치유의 공간, 공감의 공간 명소로 만들 겁니다. 주말이면 시간을 내서 비틀즈에 없는 엘피나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물건들을 구하러 다녀요. 저기 보세요. 엿장수 가위, 말발굽 편자 보이나요? 테이블에는 신청곡을 적는 메모지와 필기도구도 있어요. 창가 테이블에는 팝송 대백과 책자와 옛날 주판도 비치해 놓았어요. 추억을 소환하기에는 그만이죠. 이런 좋은 공간을 오래도록 유지해달라는 분들도 있고, 이 공간 넘길 때 자신에게 넘겨달라는 분들도 계세요. 보람 느끼죠.”

 

남편의 말에서 열정이 느껴진다. ‘머리 좋은 사람은 열심히 하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할 기세다.

 

시민극단 산유화단장이기도 한 남편은 아이디어가 많다. 웰빙 시대를 넘어 한 번뿐인 인생을 즐겁고 의미 있게 살자는 의미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시대다.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심리에 착안해 비틀즈에 무대개념을 도입했다.

 

바 있는 쪽이 무대예요. 홀은 객석이고요. 신청곡을 받아 음악을 틀어주는 뮤직 박스도 아담하게 설치했습니다. 바는 혼술석, 커플석, 비즈니스석으로 구분했어요. 조명도 음악 분위기에 맞도록 밝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고요. 소망이 있다면 우리 비틀즈가 나이, 사상, 종교를 초월해 모두가 음악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해방공간이 되는 거예요. 해방구죠. 손님들 중에 간혹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계세요. 각자 사연은 다르겠지만 자기만의 해방구를 느끼기 때문 아닐까요. 모든 시간과 삶의 기억에는 언제나 BGM(배경음악)이 자리하고 있죠.”

 

철저하게 고객 위주로 운영되는 비틀즈는 설레임이 있는 공간이다. ‘12인치 행복을 제조하는 공장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MBC 생방송 오늘저녁 조용필과 사는 부부촬영장소로 제공되기도 했다. 영업시간은 오후 7시부터 새벽1시까지. DJ는 없다.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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