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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03] 봉준호 감독 리더십의 요체는?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2/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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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월 9일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92년의 아카데미 역사에서 작품상, 감독상까지 거머쥔 최초의 외국어 영화가 된 것을 보고, 언론인들과 평론가들은 이런 탄성을 올렸다. “이건 미친 짓이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 말이다.” 이런 표현도 했다. 

 

BTS가 비틀스의 반열에 오르더니 급기야 영화에서까지 한국인이 이런 일을 해내다니...기분 좋은 일을 넘어서 놀라운 사건이고, 기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봉준호에 관심을 갖게 된다. 봉준호는 누구인가? 영화인으로서의 봉준호 뿐만이 아니라, 리더로서의 봉준호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넘친다.

 

스포츠 용품 비즈니스를 하는 박 사장은 필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봉준호 감독은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챙기는 리더 아닙니까? 작품의 콘티를 일일이 직접 그리고, 그리고는 그대로 촬영을 한다면서요. 리더는 그래야 할 것 같애요. 요즘 임파워먼트다, 코칭이다 하면서 리더들을 현혹시키고 있는데... 보세요. 봉감독이 그렇게 직접 디테일을 만들어 내니까 작품이 되지 않습니까?” 

 

박 사장이 봉 감독에게서 얻은 교훈이다. 맞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지 않는가? 영화 옥자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상황을 참모들과 지켜보는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장면이 나온다. 실제 사진에 있는 인물과 비슷한 배우를 기용했으며 그들의 위치와 소품들이 거의 같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을 닮은 배우가 오바마 대통령과 흡사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네 집은 뭐 하나 고급스럽지 않는 것이 없는데 쓰레기통 하나도 적당히 하지 않고, 실제로 250만 원 짜리를 빌려서 썼다고 한다. 통의 페달을 놓아도 뚜껑 닫히는 소리가 안 나는 그런 물건 말이다. 그러니까 봉 감독의 영화에는 뭐 하나 허투루 있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봉 감독은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만 하는 독재형의 리더일까? 그건 전혀 아닌 것 같다. 봉 감독은 언제나 예의 바르고 인간적인 배려가 넘치는 분이라 한다. 그리고 또 유머 감각까지 갖추고 말이다. 그는 무명 배우나 말단 스태프에게도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존중한다. 아무리 급한 촬영이 있어도 밥 때는 잘 챙겨준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촬영에 앞서 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전문가를 존중하고 그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준다. 디테일한 콘티는 그 대화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이 있어야 준비하는데 노력도 덜 들고 촬영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봉 감독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봉준호 감독의 리더십은 ‘배려형’이란 말인가?

 

봉준호 감독의 리더십은 디테일 하게 업무지향적이며, 섬세하게 인간지향적인 것 같다. 차갑게 수월성을 추구하면서도 따뜻하게 상대를 인정하는 것 같다. 모순적인 두 특징을 다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좋은 리더십은 심플하지 않다. 모순적이기도 하고, 역설적이기도 하다. 엄청 독재적이고 동시에 무지 인간적이다. 강한 성과지향성과 강한 배려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또 매우 이상적이고, 지나치게 꼼꼼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대범하다.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높은 친화력을 보이기도 하면서, 한없이 고독을 즐긴다.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역설의 직업이다. 변화를 다루기 때문에 그렇다. 변화를 위해서는 이상과 꿈과 가치를 강조해야 하지만, 현실에서 출발해야 하고, 현실적인 저항을 관리해야 한다. 어느 한 쪽만 본다면 그건 리더십이 아니다. 리더십은 또한 동적인 직업이다. 상호작용 현상이기 때문이다. 상대에 따라서는 무서운 호랑이가 되기도 하고 순한 양이 되기도 해야 한다.

 

영화제작 같은 창조적인 작업에 있어 리더십의 역설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 만큼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도 이제는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일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박 사장과 같은 기업인들이 봉준호 감독에게서 배울 점은 바로 그런 점일 것이다. 봉 감독의 리더십은 단순한 ‘지시형’도 ‘배려형’도 아니다. 역설의 리더십이고, 복합적 리더십이다. 봉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싫어한다. 자신처럼 허점투성인 사람도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모순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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