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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밥값 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2/1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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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리에 서 있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누군가는 자기 자리에 서 있는 것을 최고의 선()’이라고 했을 정도니. 왜 어렵다는 말인가. 자기 자리에 서 있는 다는 것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한다는 것이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는 것이다. 경험상 그게 자기 자신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일이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딴 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딴 짓을 해서도 안 된다. 딴 눈 팔지 않고, 딴 짓 하지 않기 위해서는 욕심과 탐심을 버려야 한다. 절제의 덕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필요한 것이 순리 따르기다. 그러니 자기 역할에 충실한 것이 어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민초들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공직에 있는 사람, 공인만큼은 자기 자리에 서 있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공직자와 공인이 자기 자리에 서 있지 않으면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기회는 평등하지 못하고, 과정도 공정하지 못하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하게 된다.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도 자기 자리에 서 있지 못했던 사람들 아닌가. 억울하게 갇힌 사람이 혹여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기 자리에 서 있지 못한 결과는 참담하다. 책임져야 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더라면,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애써 외면했더라면, 온 나라가 지금처럼 소용돌이에 휘말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제자리에 서 있었더라면 온 나라가 지금처럼 두 동강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기 자리에 서 있는 다는 것은 밥값을 한다는 의미다. 밥값 하기는 미분 적분 푸는 것처럼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욕심과 탐심을 버리고, 절제의 덕목을 지키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물론 욕심 많은 사람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겠지만. 성경 말씀처럼 욕심이 죄를 낳고 죄가 사망을 낳는 법이다.

 

어느 시인이 밥값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시인은 말했다. 밥값을 하면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고관대작들이여, 시인의 밥값 하라는 명령이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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