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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최혁 하늘家장례식장 이사장 “고별의식 잘 치르니 유족들이 고인과 셀카 찍네요”
고별의식으로 장례 본질 구현, ‘정성과 믿음’ 정신 무장
“절차 치러내는 장례지도사 아닌 슬픔 치유하는 슬픔치유사”
“고객 입장 진정으로 생각하는 게 바로 정도경영”
수의 대신 의미 있는 옷 입히고, 유족에게 노잣돈 못 놓게 해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0/01/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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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혁 이사장이 집무실 벽에 걸린 액자에 대해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화성신문

 

 

정성과 믿음. 참 좋은 말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개인 간에도 쉽지 않은 일인데 수익을 내야하는 사업장이라면 오죽할까. 그런데 이 두 단어의 뜻 그대로 사업장을 운영해 고객들로부터 칭찬 받는 기업인이 있다. 화성시 향남읍 발안로에 위치한 하늘장례식장최혁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장례식에서 고인의 자리는 없어져버렸어요. 방명록에 사인하고, 알지도 못하는 고인 영정에 인사하고, 상주와 인사하고, 부의금 봉투 넣고 그게 끝입니다. 바쁘면 밥도 안 먹고 가죠. 그런데 장례의 본질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거든요. 고별이라고 하죠. 그 고별의식을 제대로 치러야 슬픔이 해결되고, 사랑하는 가족이 내 곁을 떠나갔다는 걸 인정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장례식장에서는 그게 없었어요. 제가 정성과 믿음을 기본 정신으로 삼은 이유도 장례의 본질에 충실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최 이사장은 장례의 본질을 강조했다. 결혼식에 결혼 주인공이 있고 돌잔치에 돌잔치 주인공이 있듯이 장례에도 장례의 주인공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장례의 주인공은 고인일 수도 있고 유족일 수도 있다. 최 이사장이 강조한 장례의 본질은 고별의식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슬픔을 치유하는 것이다.

 

고인에게 편지 쓰고, 화장품 발라주기도

 

하늘장례식장에서는 어떤 고별의식이 진행될까. 어떤 의식을 치르기에 이 장례식장을 이용한 유족들이 장례를 다 마친 후에도 굳이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일까.

 

고별의식 프로그램 목표는 유족이 고인을 잘 떠나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우리는 장례지도사가 아니라 슬픔을 치유해주는 슬픔치유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첫날밤에는 유족들에게 고인을 향한 편지쓰기를 권합니다. 고인에게 못했던 얘기, 용서를 구하는 얘기, 내가 용서한다는 얘기, 좋은 추억도 쓰고 나쁜 추억도 쓰라고 합니다. 사람의 뇌는 편지를 쓸 때 긍정적으로 바뀌거든요. 쓴 편지를 입관할 때 낭독하게 합니다. 낭독한 편지와 낭독하지 않은 편지들을 고인 품에 넣어드리게 하죠. 그런 절차를 거치면 유족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해합니다. 돌아가셨으니 화해는 안 되지만 용서는 혼자서도 할 수 있거든요.”

 

최 이사장은 수의 대신에 한복이나 고인이 좋아했던 옷, 아니면 자녀들이 사드린 새 옷 같은 것들을 가져오라고 해서 그 옷을 입혀주기도 한다고 했다. 고인에게 수의를 입혔을 때 유족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백다섯 가족을 인터뷰 했는데 수의 좋다고 하는 사람 한 사람도 못 봤어요. 무섭다, 두렵다, 내가 묶이는 것 같아서 고통스럽다고 해요. 특히 얼굴 가리니까 내 부모지만 겁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족들에게 설명해서 고인에게 의미 있는 옷을 입히려고 합니다.”

 

유족들에게 참관만 할 건지, 참여해서 같이 치를 건지 물어본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의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하면 대부분의 가족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위생적으로 다 처리해놓고 옷을 입히고 난 후에 가족들이 참여하게 된다.

 

부모는 자녀들을 학교 보내려고 아침마다 깨워서 씻기고, 머리 빗기고, 밥 먹이고, 옷 입히 잖아요. 부모에게 그렇게 하는 자식은 없잖아요. 마지막이라도 부모를 위해서 머리도 빗겨주고, 얼굴에 화장품도 발라주고, 손발에 로션도 발라주고, 양말도 신겨주게 합니다. 한복 같으면 유족들에게 옷고름을 매 주라고 하죠. 그러면 가족들이 눈물을 흘려요. 슬픔, 미안함, 죄책감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기쁨의 눈물로 승화된 거죠. 내가 뭔가를 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기도 할 테고. 유족들이 너무 좋아해요. 고인과 셀카를 찍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유족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최 이사장은 고인이 누울 관에 대해서도 정성을 다한다고 했다.

 

관에 하얀 한지로 구름 문양을 표현하고, 그 위에 생화로 장식해 드려요. 고인이 마지막으로 누우실 자리이기 때문에 예쁘게 준비합니다. 단순하고 딱딱한 오동나무가 아니잖아요. 유족들이 보고는 너무 좋아합니다. 꽃으로 장식된 관에 뉘어진 고인에게 편지 낭독을 하게 합니다. 낭독이 끝나면 가족 숫자대로 헌화할 꽃을 준비해서 헌화하게끔 합니다.”

 

▲ 장례식장 로비에서 사진을 찍은 최 이사장. 문 위로 사명선언문이 보인다.     © 화성신문

 

 

노잣돈을 못 놓게 하는 것도 하늘장례식장의 특징이다.

 

노잣돈 절대 못 놓게 해요. 어차피 마음 표현이잖아요. 극락전이라고 불리는 가짜 돈을 드려요. 사실 노잣돈 놓으면 장례 끝나고 장례식장 직원들, 상례사들이 그 돈 다 빼가거든요. 얼마나 치사해요. 유족들이 나름 정성껏 준비한 돈이잖아요. 유족 입장에서도 뭔가 찜찜할테고요. 그래서 노잣돈 일절 못 놓게 합니다. 그렇게 하니까 신뢰도 쌓이고, 장례 과정이 투명해서 좋다는 말씀들 많이 하세요.”

 

대화와 이해, 포용과 어울림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최 이사장의 정성은 세밀한 부분으로까지 이어진다. 관을 장식한 생화의 일부를 꽃다발로 만들어서 발인할 때 유족에게 전달한다. 유족들은 장지에 가서 납골하거나 매장한 후 그 꽃다발로 헌화를 한다.

 

장례식장 입구에는 포토 테이블을 만들어놓았다. 고인과 유족들이 같이 찍은 사진들을 올려놓고, LED초를 켜놓는다. 투명한 유리 항아리와 예쁜 메모지도 준비했다. 고인만 아는 조문객에게는 평안한 메시지를 써달라고 하고, 유족만 아는 조문객에게는 위로의 메시지를 써달라고 한다.

 

협력업체 비용 다 합해도 다른 곳 절반 수준

 

이렇게 정성을 들이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

 

저희 장례비용 정말 싸요. 거의 반값수준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시설에서 좋은 서비스를 받았는데 가격이 싸다고 놀라요. 가장 많이 나온 금액이 1,500 만 원 정도였어요. 그 가격 속에는 협력업체 비용도 포함돼 있어요. 영구차, 꽃집, 떡집, 과일집, 상복 대여 비용, 유골함 같은 비용 말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협력업체 비용을 현찰로 따로 내고도 2,000만 원, 3,000만 원 하는데, 우리는 협력업체 비용 다 포함해서 제일 많이 나온 게 1,500이니 놀랄 수밖에요. 우리 장례식장에서는 유족들이 현금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어요. 장례 끝나면 한 번에 결재하면 되니까요. 당연히 세금계산서 발행도 하고요.”

 

최 이사장은 시설 사용시간도 정확히 계산해준다. 웬만한 장례직장에서는 3일장이라고 하면 3일치 72시간을 다 받지만, 하늘장례식장에서는 50시간을 넘길 일이 거의 없다. 고인 사망시각이 낮 12시이고 3일째 되는 날 10시에 발인하면 46시간 비용만 계산하면 된다.

 

윤리경영, 투명경영이 별 건가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게 정도경영이죠. 조금 늦게 가더라도 이 방식이 옳은 겁니다. 좋게 입소문 나면 다른 곳과도 차별화될 테고요. 어떤 가정에서는 다른 시에서 이미 준비 다 해놓고 장례 치르다 싸워서 우리한테 오신 분도 있어요. 장례 다 마치고 미망인 할머니께서 가족 30명을 다 모이라고 하시더니 저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라고 하시더군요. 식사하라고 식대까지 따로 주셨어요.”

 

 

최 이사장은 지난해 10월에 민간합동 조사 나왔다고 했다.

 

우리 설명 듣고 시설을 점검하더니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하더군요. 다른 장례식장에서는 지키라는 법도 안 지켜서 목에 핏대 세우는 일이 다반사라고 하면서요. 민간조사위원이 조사 나와서 명함 처음 주는 거라고 하면서 명함을 건네더군요.”

 

고객에 대한 정성과 믿음을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최 이사장은 어떻게 이 길을 걷게 되었을까. 1972년생인 최 이사장은 서울은행에서 12년 근무하다 2002년도에 하나은행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퇴사를 결심했다. 조금이라도 젊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때 새로운 걸 도전해보자는 심정이었다.

 

마침 막내 고모가 운영하던 납골시설(효원납골공원)이 개장 2년 만에 부도가 났을 때였다. ‘내가 한 번 해 보겠다고 결심한 게 이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

 

운이 좋았습니다. 서울시와 계약을 맺고 67억을 지원받았어요. 서울시 7개 구청이 자치구 추모의 집으로 우리 시설을 이용하는 조건이었어요. 마침 시작하던 시점이 윤년에 윤달이 있던 시기였어요. 개점하자마자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정말 운 좋았던 게 동탄신도시 개발, 오산 세교지구, 평택 이충동, 광교 택지 개발이 계속됐어요. 산이었던 걸 다 깎아 낸 거잖아요. 묘지 이전 수요가 엄청났어요. 2007년까지 매년 신규 창출 수요가 대단했죠. 공사비와 운영비, 부대비용으로 초기에 들어간180억을 5년 만에 다 갚았죠.”

 

최 이사장이 납골 사업에 뛰어든 지 6년이 지날 무렵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됐다. 그 무렵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 상조회사였다. 상조 관련법이 만들어지던 2012년도에 설립했지만 2018 말에 폐업했다.


정부 규제가 너무 심했어요. 일 하는 것 보다 보고서내는 게 더 많았어요. 자본금도 규제가 없다가 3억이라는 기준을 만들더니, 얼마 안 있어 15억으로 증자하라고 하더군요. 상조업은 정상적으로 운영하면 10년 이상 경과해야 재무제표에 수익이 납니다. 고객의 돈은 장례가 있기 전까지는 부채로 잡힙니다. 장례 행사가 난 시점에 매출로 바뀝니다. 15억을 10년간 묶어놓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최 이사장은 고객이 낸 돈을 100% 예치해놓고 있었다. 상조 관련 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 직원과 경기도청 직원을 오라고 해서 고객에게 환급한 확인서를 주면서 그 자리에서 사업자 폐지 통보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그 직원들이 이렇게 내실 있게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는 처음 봤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들에게 현실을 알려줬어요. 당신들은 무조건 자본금이 많으면 회사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그 사람들이 미안하다고 말을 하더군요.”

 

▲ 최 이사장이 장레식장 방문 고객에게 장례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화성신문

 

 

자신이 한 행동에 후회하지 않아야

 

최 이사장은 상조회사를 설립한 2012년도부터 장례식장도 검토해왔다. 2014년도에 지금 위치의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지어 20155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장례식장이 인근에서 운영 중인 납골시설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회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고객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30년간 호황인 사업은 장례업 밖에 없더라고요. 인구 추계사망률이 앞으로 30년간 매년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요. 지금은 한해에 인구 1만 명 당 평균 5.7명 사망하는데 30년 후에는 20명 가까이 됩니다. 통계가 말해줍니다. 철수 전략도 이미 세웠어요. 가장 호황일 때 빠져나오는 겁니다.”

 

크리스천인 최 이사장의 좌우명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슴에 새긴 경제적인 생활이다.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삶의 단계에 따라 네 가지 삶의 목표를 세웠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적선여경(積善餘慶, 선을 쌓는 집안에 경사가 있다는 의미),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 홀로 있더라도 자기 스스로를 속이지 않겠다는 의미)가 그것이다.

 

땀 흘리는 게 살아있는 것이고, 행복이라고 말하는 최 이사장. 드넓은 납골시설의 잔디 깎는 일과 나무 전지작업을 직접 한다. 그는 스스로를 변화무쌍한 사람, 물처럼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화성시 사회공헌기업인협의회 회장인 최 이사장은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애도상담사 자격증도 땄다.

 

이제는 기업인이 아니라 사회복지사의 삶, 자원봉사자로서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사회생활한지 30년째예요. 대한민국 평균 직장생활이 25년이라고 하더군요. 세상 사람들하고 좀 더 재미있게 살아보고 싶네요. 삶을 행복하게 산 사람이 죽음도 행복한 것이거든요. 다른 사람 마음속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죽음이면 좋겠어요.”

 

물론 기업가로서의 포부도 있다. 장례식장을 안산권, 군포안양권, 수원권 등 네 곳에 더 건립할 계획이다. 유기농 꽃차 농장도 조그맣게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젊은이들에게는 노력한 만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내가 2년 전에 진성리더십이라는 인문학습 프로그램을 들었다고 한다. 진정성과 관련된 내용이다. 자유로우면서도 변하지 않는 리더십이라고나 할까. 수업을 들은 그날 저녁, 아내가 퇴근하는 최 이사장에게 달려오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 오늘 당신 이야기를 듣고 왔어. 평소는 그냥 그렇구나 생각했는데, 교육받아보니까 당신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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