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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89] 나이 어린 상사, 나이 많은 부하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11/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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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남성인 P씨는 회사를 조금 늦게 들어가서 자신의 선임인 대리도 자기보다 나이가 3살이나 어리고 그리고 그 위의 팀장은 자신보다 1살 어린 여자와 일을 하게 되었다. 대리와 팀장은 돌아가며서 자기를 질책하는 것이었다. “지난번에 지적을 했는데 또 이런 실수를 하면 어떡합니까?”라든지, “일을 좀 꼼꼼하게 하지 않고 무슨 생각으로 근무하시는 겁니까? 고과평가가 곧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등으로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사표를 확 던져버려?’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것. 애꿎은 소화제만 축내고 산다.

 

반대 케이스도 있다. H팀장은 팀원들과 편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인사 발령에서 엉뚱하게 자기보다 나이도 많고, 근속기간도 긴 만년 과장이 팀원으로 온 것이다. 뭐를 시키기도 그렇고, 안 시키기도 그렇다. 일을 마음에 안 들게 했어도 쉽게 지적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다. H팀장은 가능한 그 만년 과장을 안 만나려 하고 있고 회의 때에도 가능한 한 말을 섞지 않는다.

 

필자도 대학에서 보직을 하면서 나이 많은 직원들과 일을 해 보았다. 나이 어린 직원과 일할 때보다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과거 사회는 비교적 연공서열이 잘 지켜지던 사회였다. 그러나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사회가 수평화 되고 있고 다양화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사와 부하 간에 나이가 역전이 되고, 경험이 적은 사람이 책임을 맡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 실무를 맡게도 되었다. 소위 ‘지위구조의 부조화’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할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이 공식 상황과 비공식 상황을 엄격히 구분하는 게 좋다. 공식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 공식 상황에서의 직급이나 직책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군대에서 나이 어린 선임을 만날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아무리 나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티내면 안 된다. 나이 어린 선임에게 깍듯하게 대하여야 하고 철저히 지시에 따라야 한다. 비록 무리한 지시를 하더라도 말이다. 말투나 자세에서 불만이 표시되거나 아는 체를 한다든지 어린 사람을 가르치려는 자세를 취하면 그것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나이든 후임은 부대 내에서 왕따가 되고 결국 제대할 때까지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나이 어린 상사가 나이 많은 부하를 대할 때는 공식적 상황에서는 당당하게 상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인간적인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고스럽겠지만, 김 과장께서 직접 나가서 확인하시고 제게 보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고 말이다. 그런데 비공식 상황에서는 공식 직책의 티를 가능한 안 내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인생선배로 대우해주고 그리고 적절한 조언을 듣는 것도 좋다.

 

인간관계는 서로 동등한 교환을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을 ‘호혜의 원칙’이라고 한다. 그래서 공식상황에서 나이 많은 부하가 나이 어린 상사에게 깍듯이 대해주면 그 대가로 나이 어린 상사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이 많은 부하에게 깍듯이 대해주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반대로 나이 어린 상사가 비공식 자리에서 나이 많은 부하를 잘 대해주면 그 대가로 나이 많은 부하가 공식 자리에서 나이 어린 상사를 또 잘 대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상대의 나이가 어떻게 되었던, 성별이나 문화가 어떻게 되었던 존중하는 언어를 쓰고 배려하는 행동을 보인다면 나이의 역전이나 지위의 부조화가 문제될 수가 없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부하이건 나이가 많은 부하이건 모두에게 경어를 쓰고 모두에게 예의바르게 대하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보다 나이 많은 상사건 나이 어린 상사건 상사로서 역할을 인정하고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면 되는 것이다.

 

리더십은 직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을 말하고,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만약 당신이 나이 어린 상사를 모시게 된다면 그 상사를 편안하게 해주고, 격려해주고 어려울 때 당신으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서번트 리더가 되면 어떨까? 당신이 만일 나이 많은 부하와 일을 하게 된다면, 그를 다스리고 지시하는 상사가 아니라 단지 일을 조정하고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의 리더십을 발휘하면 어떨까? 

 

리더십과 팔로워십도 이제는 다양한 상황에서 전개되는 시대가 되었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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