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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멋지게 열다] 주임원사 제대 후 화물운송, 박용현 씨
“33년 군대 근무하다 화물운송, 감사할 뿐이죠”
55세 퇴직 후 9년 째 화물운송, “배려 많은 회사 만난 건 축복”
“60세 넘어 일하는 것 자체가 행복, 화물 안전 배송 보람도 커”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19/11/0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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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현 씨가 고속도로를 달리며 기자와 대화하다 환하게 웃고 있다.     © 화성신문

 

    

1957년생인 박용현 씨는 1톤 용달 차량을 몬다. 소속된 회사는 화성시 봉담읍에 본사를 둔 ㈜OK종합특송. 박 씨는 부사관(副士官)으로 군대에 입대해 33년 간 근무하다 주임원사로 정년퇴직했다. 부사관은 군대 내에서 장교와 병 중간 신분의 직업 군인이다. 병을 통솔하고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겸비한 간부다.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연금은 나올 텐데 어떻게 운수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을까.

 

22일 오전 10시 OK종합특송 본사에서 박 씨를 만나 동행 취재를 했다. 이날 박 씨에게 부여된 오더는 화성시 팔단면 노하리에 있는 회사에서 물건을 싣고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 있는 회사로 배송하는 것이었다. 박 씨는 이미 이날 새벽에 인천까지 배송을 한 차례 마친 상황이었다.

 

OK종합특송에서 10시 10분에 팔탄면으로 출발해 10시 26분 상차지(화물을 싣는 곳)에 도착했다. 상차지에서 소형 레미콘처럼 보이는 ‘쇼트 건’이라 불리는 아주 낡은 화물을 싣고 청주로 출발한 시각은 10시 50분. 화물칸에 실은 화물은 아랫부분이 좁고 윗부분이 넓어 안전바로 단단히 고정시키고, 그물망을 덮고, 그 위에 다시 한 번 더 안전바로 고정시키는 작업을 한 후에야 차에 시동이 걸렸다.

 

 

▲ 박용현 씨가 화성시 팔탄면에 위치한 화주의 화물을 차량에 싣고 있다.     © 화성신문

 

 

청주를 향해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물었다.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차는 시속 80㎞로 달리고 있었다.

 

“어릴 적 가정이 어려워서 스물한 살에 일찍 군대를 갔어요. 부사관으로. 신체검사를 받고 6개월 먼저 지원했어요. 봉급이 나오면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겠다 싶었죠. 33년을 군 생활하다 55세 되던 2010년 퇴직했어요. 6개월 정도 쉬다 나태해지는 것 같아 지인의 소개로 바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벌써 9년이 되었네요. 그나저나 오늘 기자님 만나는 날 운수업 종사 9년 만에 최고 힘든 짐을 배송하네요. 오래도록 기억되겠어요. 하하.”

 

지금 몸담고 있는 OK종합특송에 오기 전에 세 곳의 소규모 운수업체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2013년 12월에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으니 올해 12월이면 만 6년이 된다.

 

“제 인생 2막에 만족합니다. 건강하니 일할 수 있고, 일하니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고, 정말 행복하죠. 그리고 전국을 다니다 보면 정말 아내와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요. 그때는 회사에 미리 부탁해서 그 방향으로 일을 달라고 하죠. 회사에서는 배려해서 그런 일감을 줍니다. 아내와 함께 1박2일 나들이 겸 가는 거죠. 분기별로 한 번은 그렇게 하는 것 같네요.”

 

화물운송 종사자인 박 씨의 공식 직함은 ‘사장’이다. 개인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강을 잘 관리해 70세까지는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박 사장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배려가 많은 회사”라고 말했다.

 

“다른 곳에서 일할 때 주변에서 이 회사가 괜찮다고들 하더군요. 매출도 안정적이고, 일도 균등하게 분배 잘 해준다고요. 입사해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배차시스템이 아주 좋아서 누군가 매출이 좀 적으면 그 양반한테 단가가 괜찮은 일감을 주는 등 균등하게 분배해줍니다. 회사 차원에서 배려해주는 거죠. 그리고 회사 직원분들이 우리 기사들을 참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있어서 기분이 좋지요.”

 

OK종합특송에서는 매년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과 12월에 기사들을 위한 파티를 열고 선물을 전달한다고 한다. “저희들이 해드려야 하는데 회사 대표님께서 꼭 챙겨주신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박 사장은 “OK종합특송 김덕천 대표님은 직원들에게 배송기사들에게 항상 따뜻하고 너그럽게 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기사들에게는 업체에 가서 내가 영업사원이다 라고 생각하고 정말로 깍듯하고 친절하게 해달라고 당부하신다”고 말했다.

 

 

▲ 목적지인 청주시 상당구에 도착한 차량에서 지게차가 화물을 내리고 있다.     © 화성신문

 

 

성당에서 만난 다섯 살 연하의 아내와 딸 둘을 두고 있다는 박 사장은 “배송기사들이 업체에 불친절하게 해서 업체가 떨어져 나가면 기사도 손해, 회사도 손해”라며 업체와 대면하는 배송기사들의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화주로부터 연락을 받으면 15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대한 공손하게 해야죠. 요즘 대부분 다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지만 가끔 우리 기사들을 낮춰 보고 갑질 비슷하게 하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어요. 설령 업체가 기분 나쁘게 하더라도 참는 게 정상이죠. 감정 나는 대로 하면 나 하나만으로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가 손해를 보게 되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잖아요. 하하.”

 

박 사장은 월 매출이 350만 원에서 4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기사들 사이에서는 중상위권에 속하며, 월 5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매출액에서 회사 수수료를 제하고 유류비와 통행료를 뺀 박 사장의 순수익은 월 250만 원 안팎이다.

 

근면과 성실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는 박 사장은 9년 전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 구입에 900만 원 들었다고 했다. 2013년 4월에 구입한 1톤 차량의 주행거리는 48만㎞. 2년에 한번 꼴로 타이어를 교체한다. 월 22일 근무, 한 달 평균 50건 배송을 통해 박 사장이 1년에 올리는 매출은 4,000만 원 수준이다.

 

 

▲ 배송을 마친 후 출발 직전에 차량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박용현 씨.     © 화성신문

 

 

청주시 목적지에 도착한 시각은 12시 58분. 지게차로 화물을 내리고 차에 탑승한 박 사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OK종합특송입니다. 요청하신 화물 잘 전달해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화주에게 건 ‘해피 콜’ 전화였다. 이 전화를 받은 화주는 기분이 어땠을까.

 

고속도로를 달려 화성시 봉담읍 본사에 도착할 무렵 박 사장 휴대폰에서 ‘띠링’ 하는 소리가 울렸다. 실어 나를 화물이 있다는 소리였다. 휴대폰 화면에 뜬 ‘예’를 누르면 일을 맡게 된다고 했다.

 

“경쾌한 화음이잖아요. 이 소리가 들리면 머리가 맑아집니다. 일이 하나 왔구나. 이왕이면 좋은 것이야 할 텐데. 이 소리가 많게는 하루에 네다섯 번 울릴 때도 있어요. 가끔이지만 그날은 운수대통한 날이죠. 하루에 35만 원 매출을 올릴 때도 있어요. 순수익이 25만 원 정도 돼죠. 대박 만난 날이죠.”

 

박 사장은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고 했다.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회사 차원의 배려와 운도 따라야 한다고 했다.

 

“내가 먼저 덕을 쌓아야죠. 그리고 열심히 한만큼 대가는 돌아오는 게 세상 이치 아니겠습니까. 나이 육십 넘은 사람에게 일자리가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인생 2막 직업 치고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급여일 한 번도 어기지 않고, 기사들 입장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회사 만난 것도 복이고요.”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 대학교를 가지 못했다는 박 사장. 독학으로 3년 공부해서 42세에 한자 2급 국가자격증을 땄다고 했다. “이웃한테 손가락질 받는 일 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고, 인생 긴 것도 아닌데 충분히 즐기면서 살아라.” 박 사장이 두 딸에게 강조하는 말이라고 했다.

 

오후 3시경 OK종합특송 본사가 있는 봉담읍에 도착했다. 박 사장은 악수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불편한 차량에 탑승해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글은 과장하지 말고 보고 들으신 대로만 써주시면 됩니다. 솔직한 게 최고거든요. 감사합니다.”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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