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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87] ‘타운 홀 미팅’을 즐기는 CEO들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10/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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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 10월 22일 점심시간에 양재사옥에서 직원 1,200여명과 함께 1시간 동안 ‘타운 홀 미팅’(town hall meeting)을 가졌다고 해서 주목을 받았다. 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을 ‘수부’(수석부회장)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자유롭게 질문을 했으며 대화가 끝나고는 함께 셀카도 찍었다고 한다. 

 

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변화를 강조했다고 한다. 한 외국인 임직원이 '수석부회장이 느끼는 변화의 정도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정 부회장은 "지금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 능력을 200~300% 발휘토록 하는데 모든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그는 또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PAV(private air vehicle) 30%, 로보틱스 20%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한다.

 

정의선 부회장이 이런 모임을 가진 건 처음이지만, 타운 홀 미팅은 해외에서는 많이 활용되는 커뮤니케이션 형태이다. 미국 대기업의 80% 정도가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타운 홀 미팅은 미국 동부에서 시작된 지역주민의 직접 민주주의 형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1633년 10월 8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도체스터에서 마을 공청회를 연 것이 최초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 이주해온 뉴잉글랜드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시청(town hall)에 모여 토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투표도 하고 했던 것이다. 프랑스 정치학자 드 토크빌(de Tocqueville)이  미국을 여행하고 바로 이런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동안 유럽의 정치 행태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를 느꼈던 그는 미국의 타운 홀 미팅을 보고서는 ‘바로 이거다.’고 느끼고 현대 민주주의의 희망을 보았다고 한다.

 

정치 장면에서는 타운 홀 미팅이 현재는 보편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4월 페이스북 본사를 방문하여 마크 저커버그 CEO 등 직원 200명과 함께 자유로운 토의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경제문제, 이민문제, 의료보험 문제 등이 논의되었었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도 금년 1월 기업인 200명과 함께 대화의 자리를 가졌는데 청와대에서는 이를 ‘타운 홀 미팅’이라 불렀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후 검찰 개혁을 추진하면서 검사와의 대화를 가졌다. 참석자는 10명밖에 안 되었지만, TV로 생중계가 되어 대규모 타운 홀 미팅을 방불케 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 검사들은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는 질문을 던졌으며 대통령은 “이쯤하면 막 하자는 거죠”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타운 홀 미팅을 유행시킨 사람은 아마 잭 웰치(Jack Welch)가 아닌가 싶다. 1981년 GE의 CEO가 된 웰치는 1988년부터 군살빼기 경영혁신을 전사적으로 추진하면서 ‘워크아웃 타운미팅’(workout town meeting)을 활용했다. GE의 관료적인 조직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여러 부서에서 직급이나 직무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을 선발하여 이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연구해서 개선대안을 내는 일종의 민주적 회의방식이었던 것이다. GE의 전 세계 사업장에서는 이런 유의 타운 홀 미팅이 수없이 실시되었다. 웰치 스스로도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많이 하였는데 그는 한 달에 한번 이상 그룹연수원(크로톤빌)을 방문하여 직원들과 터놓고 하는 대화를 즐겼다.

 

CEO들은 주로 조직의 위계질서를 통해 일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답답하게 느껴질 경우가 많다. ‘과연 평직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 임원회의에서 고민하고 결정한 사안들을 일반 직원들이 이해를 하고 있을까?’ ‘직원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CEO가 책상을 박차고 나와 직접 일반 직원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타운 홀 미팅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도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 높은 사람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타운 홀 미팅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참가자들이 일방적으로 듣고만 올 수도 있고, 너무 많은 사람이 참여하다 보니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서 타운 홀 미팅도 잘 설계를 해야 한다. 우선 장소를 잘 준비해야 한다. 가능한 한 강의형 배열은 지양하고 리더와 청중이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라운드형이면 좋겠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은 최소화해야 한다. 큰 주제는 미리 정해 가능한 한 그 범위 안에서 질문을 받는 것이 좋다. 진행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전문 퍼실리테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과 형식에서 새로운 게 있어야 사람들이 다음번 모임을 기다릴 것 아닌가.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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