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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84] 직원이 황당한 실수를 했을 때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10/0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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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인터넷 판매 사업을 하는 J 사장은 진짜 황당한 일을 당했다. 팔고 있는 아이템이 모델 변경을 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기존 모델 재고가 상당량 있었다. 그래서 이 재고를 배송비만 받고 특판을 하기로 했다. 담당 직원은 저녁 늦게까지 작업을 해서 이 특판 행사를 인터넷에 올리고 퇴근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인터넷을 열어본 직원은 아연 실색하고 말았다. 팔려고 했던 재고량은 100개 정도였는데 인터넷으로 밤새 들어온 주문은 3만개가 되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직원이 실수로 중요한 정보 입력을 빠뜨린 것이다. 한정 판매에 대한 숫자 입력을 말이다. 그 제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소비자들은 밤새 서로 연락을 해서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이 제품을 대량 구매하였던 것이다. 이 사실은 보고 받은 J 사장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고객이 주문한 이 양은 어떻게든 마련해서 배송을 해야 한다. 절품을 생각하고 있던 모델인데 재료를 다시 구매하고, 생산자를 찾고 해서 전 보다 비싼 원가로 생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한 손실은 실수한 직원의 연봉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였다.

 

‘이 직원을 어떻게 하나?’ J 사장은 이게 더 고민이었다. 회사에 이런 큰 피해를 끼친 직원을 그냥 둘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문책을 한다면 어떤 문책을 해야 할까? 그렇지 않아도 기가 죽어 있는 직원들인데 이 일로 기가 더 죽을 것이고 조직분위기가 안 좋을 것이 분명하다. J 사장이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때가 된 것이다.

 

K 사장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K 사장은 대기업의 생산라인에 직원을 투입하여 일부 공정에 대한 용역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직원 한 사람이 기계 속도가 느리다고 만지다고 부품을 하나 부러뜨린 것이다. 단순한 실수였는데 파장은 컸다. 생산차질을 배상해야 했고, 기계 수리비도 일부 담당해야 했다. 무엇보다 내년도에도 용역계약을 계속 따올 수 있을지 걱정이다. 성질 같아서는 이 실수한 직원을 당장 ‘자르고’ 싶지만 그럼 그 직원에게만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 전체 사기가 떨어질 판이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개선하고 하는 태도가 사라질 수 있다. K 사장은 이게 더 두렵다. K 사장은 리더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직원들이 일을 그르쳤을 때, 일단 그 잘못이 도덕적인 문제인가, 아니면 업무상의 실수인가를 가려야 한다. 직원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 했거나, 임무를 일부러 해태하거나,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을 저질렀다면 그것은 도적적인 문제다. 그런데 잘 해 보려고 또는 자연스럽게 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는 업무상의 문제다. 

 

도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징계를 하고 처벌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 즉 단순한 실수이거나, 잘 해 보려고 하다가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

 

J 사장은 그 직원을 불러 숙제를 주었다. 첫째, 그런 실수가 왜 생겼는지 원인을 살펴보고 다음부터 그런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제안할 것, 둘째, 이번과 같이 의도치 않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응급대책을 제시할 것, 그리고 셋째, 이번 사태에서 피해가 컸지만 그래도 업무에 도움이 되거나 교훈이 되는 점을 찾아 올 것, 바로 이것이 숙제였다.

 

일주일간의 연구기간 동안 그 직원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 의견을 담아 리포트를 J 사장에게 올렸다. J 사장은 그 리포트에 근거하여,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검수단’을 꾸리기로 했다. 주요 행사는 다른 팀 직원으로 하여금 검수를 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기회에 응급대처 매뉴얼을 만들었다.

 

J 사장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세 번째 질문에 관한 것이었다. 실수를 하여 일시에 많은 양의 주문에 대응해야 했지만, ‘소비자들이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구나’ 하는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관심 있는 제품이라면, 좋은 조건을 제시할 때 일시에 이런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신제품을 론칭하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실시할 때 이런 심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만약 이런 것이 잘 먹히기만 한다면, 이번에 실수한 직원의 연봉을 몇 배 커버하고도 남을 일이다. 

 

K 사장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제조현장에서도 똑 같은 질문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실수에 대한 응급대처 방법은 무엇인가? 이 실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인간이고 조직 아닌가?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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