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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74] 왜 좋은 조언인데도 먹히지 않을까?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7/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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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필자는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분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는다. “교수님, 제가 반도체 장비에 관련된 사업을 하는데 앞으로는 어떤 사업을 하면 좋습니까? 교수님은 많은 경우를 보셨고 공부도 하셨을 터인데 조언 좀 해주세요?” 더러는 이런 질문도 있다. “교수님, 제가 회사에서는 꽤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집에서는 영 그렇습니다. 제 아이들이 저 하고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해요. 이럴 땐 어떻게 하죠?”

 

그런데 필자는 이런 질문을 받고 열심히 조언을 하는데 듣는 사람은 건성으로 듣거나, 필자의 조언에 대해 계속 부정적으로 반박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런 사업은 어때요?’ 하고 이야기하면 ‘그건 이래서 안 된다’ 하고, ‘저런 사업은 어때요?’ 하면 ‘그건 저래서 안 돼요’ 한다. 아이 문제도 필자는 나름 열심히 이야기 하지만, ‘그게 될까요?’ 하는 반응이 많다. ‘그럴 거면 뭐하려 질문을 하지?’ 필자의 투정이다.

 

사람들은 조언을 구한다고 하지만, 진정으로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조언을 구하지도 않는데 남들에게 열심히 조언을 해주는 ‘친절한’ 사람도 많다. “김 사장, 내가 퍼팅에 대한 좋은 팁을 하나 얻었는데 김 사장한테 가르쳐줄께. 김 사장도 해봐” 정말 친절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퍼팅 팁뿐만 아니라, 기회 있을 때마다 이런 저런 팁을 주변에 날리는 사람이다. 면전에서는 ‘좋은 정보 고마워’ 하지만, 그걸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 왜 조언이 잘 먹히지 않을까? 그것은 사람들의 신념과 정체성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념과 정체성에 위배되는 조언을 하면 사람들은 그 조언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현재 하는 반도체 장비 사업이 어렵다고는 하나 갑자기 다른 사업을 하라는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 사업은 바로 ‘자신의 삶’인데 말이다. 자녀 관계도 그렇다. 자신은 ‘가부장적’인 신념을 가지고 아이들을 길러왔는데 갑자기 민주적인 가장이 되라고 하면 자신의 정체성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또 정말 좋은 조언이라고 하더라도 잠시 생각하고 던지는 그 조언에 자신이 변화를 한다면, 몇 날 며칠을 고민해도 해답을 찾지 못한 ‘나 자신의 자존심’이 말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남의 조언을 쉽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는 신념이나 정체성에 관계없이 단지 ‘정보’만 필요한 경우다. 가령, “최부장, 아이 진학 때문에 고민한다고 했지요. 여기 오늘 신문에 내년도 입시에 대해 나와 있는데 혹시 필요한 것인지 보세요.” “이과장, 내일 손님들 모신다고 했지요. 식당은 잡아두었나요? 혹시 안 잡았으면 이 식당 생각해 봐요. 어제 내가 우연히 들렸는데 특이하더라고.” 그런데 이런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조언을 주는 사람은 그냥 정보라 생각하고 주었는데 듣는 사람은 그 사람의 정체성에 관련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조언은 결코 남발해서는 안 된다. 조언은 기본적으로 요구할 때 주어야 한다. 그리고 조언을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 사람의 신념과 관련된 경우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조언을 주는 자세를 취하지 말고 대화를 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조언을 주고받는 것은 상하관계를 만드는 것에 비해, 대화를 하는 것은 수평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사업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고, 본인이 어떤 사업을 새로 구상하고 있는지 이해해 주면 되는 것이다. 

 

더 고수의 조언법이 있다. 그것은 내가 그 사람에게 조언을 해주기보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조언해 주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회의 진행을 잘 못하는 부장, T가 있다고 하자. “T부장, 회의를 이렇게 진행해보는 게 어때요?” 하고 조언을 주는 것 보다, “T부장, 새로 승진한 K부장 있지. 회의 진행이 좀 미숙한 것 같은데, 당신이 좀 살펴보고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나에게 좀 알려줘 봐요. 그럼 내가 적절히 K부장에게 전할게.” 

 

이렇게 하면 T 부장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을 하게 되고, K 부장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바로 이것이 미국 펜실바이나 대학교 워튼 경영대학원 에스크리스윈클러(Laurent Eskries-Winkler) 교수팀이 실험을 통해 밝힌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남에게 조언을 받을 때보다 남들에게 조언을 해 줄 때 더 많이 변한다는 사실 말이다.

 

좋은 조언을 해주는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싫어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수는 조언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조언을 구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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