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73] 당신은 가족회의를 하나요?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7/05 [20:19]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G씨네 가족은 아들이 중2고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다. 이 가족은 여행을 많이 다닌다. 여행갈 때 아빠, 엄마가 계획을 세우고 아이들은 그냥 따라만 갔다. 이렇게 몇 년을 여행을 다녔는데 G씨가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가운데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많은 여행에서 아이들이 별로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견문을 넓혀 준다고 여러 곳을 다녔건만 ‘돈만 낭비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우리 아이들이 지능이 좀 떨어지나’ 하는 걱정도 되었다. 

 

그러다 생각을 바꾸어 보았다. 아이들이 여행계획을 세우고 가족회의를 통해 의논을 하고 결정을 하게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귀찮아했다. 종전처럼 아빠, 엄마가 하면 간단히 끝날 텐데 왜 자기들이 해야 하느냐 하며 불평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런 방식에 이내 익숙해졌고  가족들 간의 대화는 진지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었고, 구경은 단순한 구경이 아니었다. 진지한 학습 프로젝트였다. 덕분에 아이들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

 

R사장네 가족회의는 좀 더 진지한 의제를 다룬다. 잘한 일에 대한 보상 문제도 다루고, 잘못된 행동을 막기 위한 규칙과 벌에 대해서도 결정을 한다. 얼마 전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중학생과 초등학생 3명의 자녀가 기여한 바가 같지 않았던 것이다. 아빠가 고생한 대가를 용돈으로 포상하겠다고 했는데, 각자에게 어떻게 나누어줄 것인가 하는 것을 가족회의에서 결정했다. 막내가 제일 많이 기여해 제일 많은 돈을 받았다. 

 

또 가족들이 시간을 정해서 어디를 가야 할 때, 한 사람 때문에 자꾸 늦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회의를 통해 ‘5분룰’을 정했다. 5분만 기다려주고 그냥 떠난다는 규칙이었다. 그런데 이 규칙은 한번 시행해 보고는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여 다시 회의를 한 결과, 늦은 시간을 계산하여 집안청소를 하는 것으로 규칙을 개정하였다.

필자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우리 집안에서 ‘주간 가장제’를 실시했다. 주별로 가장을 돌아가면서 하는 제도였다. 첫째 주는 아빠가, 둘째 주는 엄마가, 셋째 주는 큰 아이가, 넷째 주는 둘째 아이가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한 달이 5주인 경우는 아빠가 한번을 더 했다. 주간 가장이 하는 일은 매일 아침 체조를 지휘하는 것과 금요일 저녁 가족회의를 주재하는 것이었다. 몇 달을 실시하고 아이들이 너무 힘들다고 가장을 모두 반납해 버리는 바람에 아빠가 ‘종신 가장’을 하게 되었다. 대신 가족회의 서기는 돌아가면서 했다. 

 

어렸을 때 가족회의를 경험하고 자란 아이는 엄청난 행운을 지니고 사는 사람이다. 가족회의에서 자신도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발언할 수 있고, 자신의 의견도 타인과 같이 동등하게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은 곧 ‘자기주도적인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주인은 나’라는 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 한편 어렸을 때부터 건강한 공동체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내 삶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지만, 세상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는 것이고 이들과 협력해야 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또 남에게 적절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바로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제자이며 동료였지만, 나중에는 견해를 달리하고 ‘개인심리학’을 창시한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가 그리도 강조한 것이 ‘가족회의’였다. 그것이 인성교육의 가장 큰 장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족회의가 제대로 되려면 다소의 격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냥 대화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우선 정례화가 중요하다. 주 단위도 가능하지만, 월1회 정도면 좋다. 필자가 카톡방에서 긴급 서베이를 한 결과 50명 응답자 중 가족회의를 월1회 이내로 정례화 하고 있는 사람은 15% 정도였다. 물론 자녀가 성장한 경우가 있어서 그렇겠지만 이 비율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회의록을 작성하는 게 좋다. 또한 회의 중에는 서로 존칭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하늘 씨, 좋은 생각입니다’ ‘바다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이야기해야 한다. 물론 의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의제가 많으면 좋지 않다. 한번 회의할 때는 의제를 하나로 할 수 있으면 좋다. 회의 시간은? 30분을 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10대 아이들의 경우 말이다. 자녀들이 성장했을 때는 거기에 맞추면 될 것이다.

 

가족회의를 잘 진행해 가는 것이 단지 가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시민사회를 성숙하게 하는 것이고 사회를 민주적으로 이끌어 갈 리더를 양성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