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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72] 지원만 하고 관여하지 않는 리더십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7/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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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삼성은 의료사업을 1960년대 말 고려병원(강북삼성병원의 전신)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서울에서 시작한 고려병원이 지방에 문을 연 것은 1981년 3월이었다. 마산에 ‘마산고려병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병원이 오늘날 삼성창원병원이다.

 

변변한 병원이 없던 마산·창원 지역에서 초창기 이 병원은 꽤 명성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마음창원병원이 한양대학교와 손을 잡고 사세를 키워갔으며, 대구의 파티마병원이 창원에 들어왔다. 그리고 2016년엔 경상대학 부속병원도 창원에 설립되었다. 삼성창원병원도 꾸준히 변화를 거듭했고, 2016년에는 본관 건물을 멋있게 짓고 의료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때 삼성서울병원에서 연구부원장을 역임한 홍성화 박사가 삼성창원병원의 원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로 명성에 흠이 간 삼성의료원의 이미지를 회복해야 하는 임무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혁신을 단행했다. 그러나 비전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그리고 어깨띠 두르고 캠페인 전개하는 그런 방식으로 하질 않았다.

 

홍성화 원장은 서울에서 경영혁신활동을 하던 김형진 실장을 불렀다. ‘병원이 본관을 새로 짓고 새 출발하니 새롭게 잘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아이디어를 구했다. 김 실장은 통상 하는 방법론을 따랐다. 각 직종의 오피년 리더 15명을 인터뷰 했다. 그리고 설문조사도 했다. 조사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가 않았다. 그 동안 여러 가지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 왔다고 하나 직원들의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5년 후 병원이 잘될 것 같다’고 응답한 사람이 18%에 불과했다. 간호사의 50%는 병원을 떠날 생각을 한다고 했다. 조금만 도와주면 될 것으로 생각한 김형진 실장을 곤혹스럽게 만든 자료였다.

 

김형진 실장은 병원장에게 보고하고 직원 주도로 Bottom-up 혁신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서 ‘블루 다이아몬드’라는 혁신활동의 항해가 시작되었다. 사내에 공고를 하고 이 운동에 참여할 자원자를 모집했다. 다행히도 50명이 좀 넘는 숫자가 지원을 해 주었다. 여기에는 의사, 간호사, 기사, 행정직이 모두 고루 섞여 있었다. 이들이 의견을 모아 활동을 해 나갈 참이었다. 그럼 윗사람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 혁신활동 항해의 선장은 당연히 병원장이다. 그러나 병원장은 이 활동에 일체 관여를 하지 않고 오로지 지원만 한다는 약속을 했다. 병원장뿐만 아니라 진료부원장, 행정부원장, 기획실장, 간호부장까지도 똑 같이 지원만 하는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이 활동은 6년 동안 지속한다는 전제도 설정했다. 통상 임기 3년의 병원장이 연임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50명의 자원자들은 워크숍을 하고, 조사를 하고 토론을 해서 5개의 대주제를 선정하고 이에 따라 다섯 척의 배(팀)를 만들었다. 소통과 문화를 담당하는 ‘네버랜드 호’, 환자 서비스를 담당하는 ‘골든 프린세스 호’, 진료 성과를 개선하는 ‘니미츠 호’, 마케팅을 담당하는 ‘스틸레토 호’, 미래 전략을 세우는 ‘파이러츠 호’ 등이 그것이다. 이 팀들의 이름은 실제로 존재하는 항공모함이나 크루즈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이 다섯 팀의 선장은 중견교수들이 맡도록 했다. 조직의 실세들이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각 팀은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여 해결까지 한다. 가벼운 주제는 몇 주 만에 끝나고 무거운 주제는 몇 달을 간다. 수술실 간호사들이 밤에 수술을 마치고 ‘아무데나 구겨 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게실을 개조하고 안마기를 도입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수술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슷한 수술이 의사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단지 인터뷰하고 의견정리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Shadowing 이라고 하는 관찰도 하고, 수술팀 간호사들과 혁신팀이 합동 워크숍도 해야 했다. 무엇보다 의사들이 간호사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주어야 했다. 

 

2016년 ‘시즌 1’로 시작한 블루 다이아몬드 운동은 올해로 ‘시즌 4’를 맞았다. 여기에 참여한다고 근무시간을 줄여주는 것도 아니고, 초과근무수당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 운동에 참여하는 지원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활동의 리더가 누구인가? 병원장인가? 서울에서 주말에 내려가 도와주고 있는 실장인가? 선주로 참여하고 있는 중견교수인가? 아니면 팀원들인가? 정말 좋은 조직은 ‘누가 리더다’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조직이다. 리더십은 집중되어 있을 때보다 분산되어 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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