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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박사의 심리칼럼] ‘웅크리고 앉아’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5/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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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그는 퇴근 후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동네로 향한다. 물론 집에서도 멀리 떨어진 곳이다. 그는 멀리 떨어진 다른 동네 골목 구석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앉는다. 그곳에 앉아 혼자 중얼거린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도 모르는 말을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린다. 마치 주문을 외우듯 열심히 중얼거린다. 한참을 중얼거리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잠이 든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나 어디에선가 들리는 부스럭 소리에 그는 잠에서 깨어난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걸쳐있는 양복을 쳐다본다. 그리고 자신의 양복에 무엇인가가 묻어 있는지 확인한 후 툭툭 털고는 그 자리를 벗어난다. 

 

그리고 그가 돌아온 곳은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이다. 새벽 2시쯤 된 것 같다. 아내와 아이들은 깊은 잠이 들었는지 기척이 없다. 그가 예민하게 신경 쓰는 사람은 그의 아내이다. 아내가 잠에서 깰까 봐 무척이나 신경을 쓴다. 다행히 아내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조용히 거실 구석에 누워 잠을 청한다. 

 

아침이 되어 아내는 남편을 깨운다. 아주 날카로운 소리로 남편을 향해 소리친다. 아내는 남편을 향해 늦잠 자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면 부끄러운 일이라며 깨어나 있으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아빠의 모습은 깨어있는 모습이고 말끔한 모습이어야 한다며 얼른 씻고 나오라고 한다. 아내는 마치 남편을 어린아이 다루듯 한다. 그리고 그 어린아이에게 가르치고 지적하며 명령한다. 

 

남편은 이러한 아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재빨리 행동한다. 마치 잘 훈련된 애완견과 같다. 남편의 가슴은 이미 무감각 그 자체가 되었다. 남편은 아내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아내의 폭언과 비난이 더욱 거세진다는 것을 잘 안다. 남편은 아내의 그러한 목소리가 끔찍이 싫다. 남편은 거친 아내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아내가 원하는 대로 잘 훈련된 애완견처럼 따르기로 작정했다. 

 

그러다 보니 남편은 회사에서 퇴근 후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두렵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발길이 가는 곳은 어두컴컴한 구석진 곳이다. 돌아보면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야단 듣고 도망가던 곳이 바로 이처럼 어두컴컴하고 구석진 곳이었다.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향해 늘 지적과 비난을 했다. 어린 아들은 어머니의 야단을 피하기 위해 밤이 새도록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앉아 밤을 지새웠던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아프고 외로운지에 대하여 무감각해지도록 노력하였다. 이렇게 웅크리고 앉아 무감각해지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외롭고 아픈 것을 견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스트레스 상황이나 위기를 경험할 때 우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무의식의 미해결 과제가 현재의 행동으로 드러난다. 이때 드러나는 행동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만 있다면 현재의 행동을 통하여 미해결 과제를 현재의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힘이 없어 그럴 수밖에 없었을지라도 성인이 되어서는 그렇지 않다. 용기를 내어 자신이 원하는 마음을 찾아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는 행동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랬을 경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원하고 바라는 방향을 향해 성장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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