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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박사의 심리칼럼] ‘그림자 안에 그림자’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3/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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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남편은 오늘도 퇴근 후 집으로 바로 오지 않는다. 늘 그랬듯이 누군가를 만나 1차 2차 3차를 한다. 그러다 보면 늘 새벽에 집으로 들어온다. 집에 들어와 서는 발로 방문을 차든가 아내에게 짜증을 낸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라면을 끓여 먹고 요란하게 쾅쾅거린다. 

 

아내는 신혼 때 남편의 일방적인 생활습관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했다. 남편은 여자가 뭘 아느냐며 마치 아내를 하찮은 존재로 취급했다. 또한 여자란 남자가 함부로 해도 된다는 왜곡된 사고방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여자는 얌전히 남편을 잘 보필해주면 된다고 아내를 가르치며 큰소리쳤다. 

 

아내는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외로움으로 고민 끝에 부모님을 찾아갔다. 부모님은 여자는 잘 참는 것이 미덕이고 남자는 언젠가는 본처를 찾아 돌아오니까 기다리라고 했다. 부모님의 위로나 조언을 기대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씁쓸하게 돌아설 때 부모님 삶의 그림자가 자신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머니는 아버지 말씀을 법으로 여기며 무조건적으로 순종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당신의 말씀이 곧 법이 되어 당신의 뜻대로 해야 했다. 아버지의 사고방식은 남성중심적이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순종해야 된다는 삶을 살아왔다. 어머니는 그러한 아버지를 떠받들며 순종했다. 그러면서 가끔은 부엌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하였다. 그러한 어머니를 딸은 몰래 훔쳐본 적이 몇 번 있었다. 

 

지금 딸의 결혼생활에 대해서 부모님은 그 어머니의 삶을 딸이 그대로 따라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그 어떤 깨여있는 의식은 없다. 그냥 과거의 삶이 진리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딸에게 남편에게 순종하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고 다 잘될 것이라며 당신들의 가르침이 옳은 길인냥 안내를 해주고 있다. 딸은 부모님의 삶이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아버지의 남성중심적이고 일방적인 생활태도가 어머니를 아프게 하였고 가정의 행복을 짓밟았다. 가정에는 부모님의 어두운 그림자가 늘 깔려있었다. 딸은 지금의 남편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지만 부모님은 그 딸에게 당신들의 그림자를 되밟기를 의식없이 안내해주고 있다. 

 

그림자 안에 있으면 우리는 그림자인지도 모르고 살아가게 된다. 오히려 태양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을 때 그것이 그림자인줄 알게 된다. 이때 그 그림자가 무서워 다시 어두운 그림자들(과거 왜곡된 자신의 삶의 문화, 생활습관, 사고방식 등)속으로 안주하려한다. 그러면 마치 그림자가 없다는 듯 오히려 큰 소리치며 자신의 삶이 옳은 것처럼 주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말리아 출신 모델인 와리스 디리(Waris Dirie)는 ‘사막의 꽃’이라는 저서와 독립영화인 ‘데저트 플라워(Desert Flower)’를 통해 부당하고 비인격적인 몇몇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할례(FGM: Female Genital Mutilation)의 폭력성을 세상에 알렸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주요 인권문제에 대한 아젠다로 부각돼 할례 철폐법 제정과 여성 인 권 향상에 기여하는 큰 역할을 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그래왔다는 이유로 비상식적인지 비윤리적인지 구별하지 않고 무조건 따르는 것이 있다. 만약 그렇다고 인식된다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면서 좀 더 건강하고 좀 더 성숙한 문화를 세워 나가는 성인(成人)이 돼야한다. 태양을 향해 나아갈 때 삶의 그림자는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맞닥뜨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는 곧 추구하는 삶을 향한 변화의 시작이다.

 

(www.maum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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