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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48] 돈으로 사람을 부릴 때의 대원칙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1/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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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어느 식당에 주방 근무자가 세 사람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이 퇴사를 하게 되어 두 사람이 세 사람 몫의 일을 하게 되었다. 사람을 구하려 하였으나 마땅한 사람이 금시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일을 더 하게 된 요리사들은 불평을 하기 시작했고 손님이 많은 주말 같은 경우는 짜증을 내었다. 생각한 끝에 주인은 두 사람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했고, 이제 편하게 요리사들에게 일을 시킬 수 있었다. 

 

추가로 급여를 받게 된 요리사들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요리사들하고 술을 한 잔 하게 되었는데 주방장이 불평을 털어놓은 것이다. 추가 급여에 대해서 말이다. 요지는 ‘우리는 그렇게 돈만 밝히는 속물이 아니다’는 것이었다. 주인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으로 보상받은 요리사들이 고맙다는 말은커녕 불평을 늘어놓다니...

 

필자는 주례를 많이 선다. 그때마다 신랑신부나 그 부모가 필자에게 ‘인사’를 하는데 돈을 받으면 기분이 묘하다. 특히 좀 많다고 느껴지는 액수를 받을 때는 더욱 그렇다. 고맙기도 하고, 당연한 대가를 받는 것 같기도 하고, 기분 나쁘기도 하고 그렇다. 

 

사람들은 사실 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돈 많이 주는 일자리를 찾고,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사기 위해 여기저기를 찾아다닌다. 그리고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면서 봉투 값을 아끼기 위해 주부들이 쓰레기를 줄인다. 아이들도 용돈을 더 받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린다. 솔직히 어떤 일을 맡게 되면 ‘얼마나 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을 시키면 그만큼 돈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돈을 줄 수 없는 경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또 그 사실을 사전에 알리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했으니’ ‘당연히 사명감으로 일을 해야 하니’ 등의 이유로 돈을 주지 않는 ‘열정 페이’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돈을 받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현상이 생길까? 인간의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다. 인간은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또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자존적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경우는 일체의 자존감을 내팽개치고 이익을 쫓기도 한다.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때가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이익추구와 자존감 추구는 공존한다. 

 

그러니까 쉽게 이야기해서 인간은 이익도 얻고 싶고, 자존감도 높이고 싶은 것이다. 그럼 돈은 어떻게 주어야 하나? 답은 간단하다. 자존감이 상하지 않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게 돈으로 사람을 부리는 대원칙이다. 돈을 주는 프로세스가 중요하고 돈에 담긴 의미가 중요하다. 

 

‘돈 받았으니까 돈 값을 해야지.’ ‘돈 줄 테니 일 좀 해 봐.’‘너 돈 좋아하잖아.’ 이렇게 돈을 내세우면 안된다. 종업원이 ‘돈으로 나를 통제하려 하네.’라 는 느낌이 드는 순간 돈의 위력은 반감되는 것이다. 돈을 줄 때는 최대한 돈 냄새가 적게 나야 하고 대신 ‘당신이 귀한 존재’라는 것이 부각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얼마를 주어야 하나? 얼마를 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어떻게 주는가 하는 것이다. 매일 매일 타가게 하는가? 주급으로 주는가? 월급으로 주는가? 가능한 한 일정한 날짜를 정해 월급으로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더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월급으로 주는 경우도 가족회의를 통해 한 달있었던 이야기도 하고, 서로 격려도 하고 조언도 하고 그러면서 주어야 하는 것이다. 생활의 의미, 인간으로서의 인정 이런 것을 그 자리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인텔공장에서 있었던 인센티브 실험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인센티브로 돈을 받은 그룹이 단지 상사의 칭찬만 받은 그룹에 비해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낮았던 것이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결국 자존감에 상처를 받은 것이다. 돈이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는 있으나 자존감과 일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 효과는 지속될 수가 없다. 요리사에게 주는 보너스도, 주례에게 주는 사례금도 상대에 대한 존중이 우선해야 하고, 감사와 배려에 대한 표현에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돈으로 사람부리는 대원칙, 그것은 돈을 앞세우지 않는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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