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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화성시의 산(11) - 고초봉, 남양의 역사를 지켜보고 있는 산
이경렬 시인, 화성지역학연구소 연구위원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6/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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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렬 시인, 화성지역학연구소 연구위원     ©화성신문

남양의 향교에서 정남쪽을 바라보면 제법 높은 산이 정면으로 보이는데, 이 산이 바로 고초봉(苦草峰. 147.58m)이다. 남양동이 동서로 길게 뻗은 태행 지맥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그 건너편에 역시 동서로 뻗은 산줄기에 있는 산이다. 

 

남양동은 이 두 산줄기 사이에 있는 고장이다. 남양동의 북쪽으로는 태행지맥이 둘러쳐져 있어 고대로부터 외적을 막기 위한 ‘남양장성’의 유적이 있는 산줄기이다. 이 장성이 마도의 청원을 거쳐 당성까지 이어지는 남양반도를 지키는 중요한 방어선이었다. 남양의 남쪽으로는 무봉산을 지나 고초봉을 거쳐 신남2리 매호동으로 뻗는데 이는 마치 긴 골짜기와 같은 형상으로 남양을 방어하고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남양의 이러한 지리적 조건때문에 오래 전부터 큰 마을로 발전할 수 있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까지 지방 행정 기관으로 도호부가 설치되었다. 도호부는 큰 고장이나 중요한 행정 기관이 있는 곳으로 고려시대에는 다섯곳 밖에 없었고, 조선시대에와서도 경기 8, 충청 1, 경상 14, 전라 7, 황해 6, 강원 7, 함경 18, 평안 14 등 모두 75개의 도호부가 있었다고 한다. 도호부의 도호부사(都護府使)는 종3품이라는 높은 벼슬이었다. 현대에 이르러서 화성시청이 남양에 있는 것도 어쩌면 그러한 예사롭지 않은 인연이 있는 듯 싶다.

 

고초봉에 오르는 길은 많이 있다. 문화촌의 대광아파트 단지에서, 남양성모성지에서, 고추골 등이 있고 거꾸로 신남2동에서 오르는 길도 있다. 

 

필자가 추천하는 코스는 남양성모성지에서 출발하는 길이다. 대원군 치세에 가장 심했던 병인박해(1866년)로 순교한 순교자와 그 터를 둘러보는 데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 병인년 대박해를 시작으로 자그마치 6년간 1만 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하였다. 남양 도호부에서도 많은 천주교 신자들을 끌어와 고문하고 죽이고 매장하였는데 그 자세한 기록이 없어 얼마나 순교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도호부사는 윗 관청의 명령이 없어도 신분이 낮은 신자들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점과 공개처형보다 비공개 처형이 많았던 당시의 정황으로 봐서 수십명은 되리라고 추정할 뿐이다.

 

남양성모성지는 91년 10월 7일 정식으로 성모님께 봉헌됨으로써 한국 교회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유일의 성모성지가 되었다. 

 

성지에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돌다보면 박지환 신부님 흉상이 있고 거기서 100여 미터 가다보면 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다른 한 곳은 대성당 신축공사가 한창인 남쪽 끝에서 오를 수가 있다. 10여분이면 능선에 오를 수 있고 작은 오르내림이 계속 이어진다. 

 

바로 대광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207동이 나타나는데, 성지를 둘러보지 않고 바로 와도 주차장에서 30분이면 충분하다. 아파트 울타리를 타고 조금 오르면 고초봉 0.8km, 남양성모성지 1.1km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서는 대광아파트 205동에서 올라오는 길이 있다. 

 

완만한 길을 4-5분 가면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고초산의 유래에 대한 안내판이 있다. 원래는 고축봉이었고 장군바위 전설이 있으나 별로 신뢰할 수 없는 애매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좀 가파른 나무 계단길을 올라가면 “접근금지”라는 안내판과 함께 철망울타리가 나온다. 진행방향 좌측으로 그 유명한 신남리 채석장이다. 지금은 채석하고 있지 않지만 매우 거대한 채석장이고 수십미터의 절벽이 만들어져 있다. 

 

채석장 울타리가 끝나며 바로 정상에 오르는데 대광아파트에서 15분, 성지에서 45분 정도 걸린다. 이정표에 신남2리 1.8km라고 되어 있는데 이 고초봉 능선을 서쪽으로 계속 내려가다가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면 된다. 지금은 서쪽 끝에 큰 공사를 하고 있어 매호동으로 내려가야 한다. 또 북향으로는 고초골로 내려가는 길도 있다.

 

1980년에 설치한 ‘지적삼각점표지’가 있는데 화성시 남양동 산 178번지라고 쓰여 있고 산의 높이가 147.58m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신남리 노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한국전쟁 때 이 산 꼭대기에 올라서 인천상륙 당시 함포 사격을 보았다고 한다. 평소와 다르게 바다에 ‘까맣게 뜬 배에서 불이 번쩍 번쩍’ 하여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함포사격이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남양 반도에서는 높은 산이란 걸 말해주는 이야기이다.

 

<추천 코스>

 

 ※ 남양성모성지 주차장·신축 대성전 위 능선·대광아파트(207동)·체육시설- 정상 (이후 역코스. 왕복 2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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